11월 26~30일
11월 30일(월)
- 까닭없이 피곤한 하루였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고, 머리도 종일 멍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멜로드라마)를 읽으려다가 두 페이지도 못 넘기고 잠들었다. 목도리를 풀지 않아 지나치게 더웠던게 화근, 이었을까 싶어 목도리를 풀러봤지만 소용 없었다. 저녁 식사는 평소 양보다 많이 퍼버린 모양인지 다 먹지 못하고 잔반을 남겼다. 11시쯤 샤워를 하고 나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 근래 들어 새로 읽은 책도, 쓴 글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껏 시집 두어 권이나 뒤적거렸을까. 확실히, 이번달은 뭔가 개운치 않은 달이다.
11월 29일(일)
- 생일이었다. 어머니께 굳이 미역국을 끓이지는 말아달라 부탁드렸더니 대신하여 추어탕을 내주셨길래 기분 좋게 국그릇을 비웠다. 서울 생활 중에는 괜찮은 탕요리집을 찾기가 무척 어려운 탓에 광주만 오면 탕이나 국요리를 찾게 된다.
- 1시 반에 용산행 열차를 타고 돌아왔다. 용산역 지하철 플랫폼의 헌책방에서 H시인의 시집을 집어왔다...가 몹시 후회했다. 예전에 읽었던 그의 시 한 편이 생각나서 샀던 것인데 아니나 다를까 그것이 가장 쓸만할 뿐 나머지 시들은 별볼일 없었다.
- 축하한다. 고난과 기쁨을 나눌 사람이 생겼다는 것, 그 자체로 복된 일 아닌가. 나의 헌사가 이제 무슨 의미가 있으랴만, 그대의 행복을 축원하려 한다. 그게 그대의 품위에 대한 나의 최선 아니겠는가.
11월 28일(토)
- 점심 때는 어머니와 함께 외출을 해서 식사를 하고, 신발을 새로 샀다.
- 저녁과 그 다음날 새벽에 걸쳐 H선생님, D형, S를 만났다. H선생님은 예전보다 (정신적인 면에서) 많이 약해지신듯 예전같으면 하지 않을 말씀을 많이 하셨다. D형은 실연과 죄악의 상처에서 여전히 벗어나질 못했다. 내 처지라 하여 그에 비해 크게 나을 건 없었지만 특히 D형의 경우는 더욱이 악화되어가는 건강 상태가 그의 정신을 좀먹어가는 중이었다. 그나마 S의 말이 그나마 들을만 했다. 얼마 전부터 어느 극단에 소속되어 본격적인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고 했다.
11월 27일(금)
- 생일을 쇠러(?) 광주집에 내려갔다. 생일상도 마다하는 성격이다만, 이번 생일은 어머니께서 내려오라고 워낙 간곡히 말하시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11월 26일(목)
- 중국 요리 마니아(?)인 B와 명보성에서 점심을 먹었다. 학교 주변에서는 그나마 가장 갈만한 중국 요리집이라고 주장했었는데, 군만두를 먹고난 B도 내 의견에 동의해주었다. 하지만 연희동의 차이나 타운에 비하면 역시 모자라다고.
- 식사를 한 뒤 들른 카페에 굽시니스트의 신작이 비치되어있길래 대충 읽었다. 책을 급하게 냈다더니만 과연 오탈자가 수두룩하다. 스탈린그라드를 '탈닌그라드'라고 썼다던가 하는 등. 내용면에서도, 중요한 전투들을 너무 얼렁설렁 넘어가려 한다는 인상이 강하다. 오타쿠 문화 패러디는 많이 줄었지만 그만큼 내용의 디테일함도 많이 줄어서 결과적으로는 1권보다 더 재미없어졌다. 홍범도 장군 드립도 웹연재본보다 훨씬 길게 풀면서 재미가 없어졌고... 스탈린그라드 전투도 그렇게 간단히 넘어간 건 영 실망스러웠다.
- 오늘 보내주신 생활비는 액수가 평소보다 꽤 컸다. 뭔가 싶어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기숙사 대금으로 넣어야 할 돈까지 내 쪽에 잘못 보내셨다는 모양이다. 좋다 말았다. 그래도 용돈이 들어왔으니 K와 함께 동대문에 가서 코트와 가방을 사왔다. 둘 다 새걸 사기는 거의 3,4년 만이다. 특히 코트는 수선비가 1만원이나 나오는걸 보고 식겁했다. 한달 전에 산 단화가 너덜너덜해진 통에 신발도 새로 사야 했지만 그것까진 다음번 용돈이 나올 때까지 미루기로 했다. 이번 주말에 광주를 다녀와야 하는지라 그 이상의 지출은 감당하기 어렵다.
11월 21~25일
11월 25일(수)
- 술병인줄 알았던게 사실은 감기였다. 웃기게도 거의 다 나을 즈음에 알았다. 콧물은 여전하지만 몸 상태는 괜찮아진 편이다.
- 술병이 나서 거의 온종일 누워 있었다.
- 요새 북시 위키에 스패머들이 부쩍 늘었다. 위키에 스패머들이 찾아오기 시작한 건 그 위키의 내용이 충실해졌다는(=공격 대상이 될만하다는) 말이라니 꼭 기분나빠할 일이 아니기야 한데... 대체 어디서 찾아오는지 모르겠다. 아마 포털 사이트에서도 검색이 안될 텐데.
-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되었다. 일전에 사퇴한 선본에 이어 남은 한 선본마저 '학교 밖에서는 선본 옷을 입고 다니지 못한다'는 규칙을 어겨 탈락되었기 때문이다. 학칙에 따라 다시 선거를 치르긴 하겠지만 내년의 새내기 모집이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상당히 불투명해진 셈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학교 들어올 신입생들만 딱하게 되었다.
- 그나저나 앞서 사퇴한 선본은 율전 측의 정후보가 일으킨 성추행 사건 때문이었다고 들었는데, 사실은 성추행 사건이 아니라 사실은 강간 미수였다고. 범인 자신이 강간 미수임을 인정하면서도 '취해서 한 일'이라고 주장한다고 들었다. (하여간 조두순이 몹쓸 거 하나 가르쳐놨다.) 성추행 사건으로 알려졌을 때도 가벼운 사안은 아니었지만 이래서야 정말 보통 심각한 사건이 아니다. 피해자 학우가 제대로 보호를 받고 있을지도 걱정되고.
- 새내기 세미나가 끝났다. 동아리에서의 마지막 세미나. 이 날을 마지막으로 세미나 교사의 책무에서 벗어났다. 김수겸 놀이는 그만 해도 되게 된 셈이다. 세미나에서건 동아리 활동에서건.
- 「타이어의 공작 페리클리스」를 읽었다. 불행히도 재미가 없다...
11월 22일(일)
- 필진 합평회. B님이 'SF 야설'을 내셨다길래 매우 긴장했었으나 합평회에 가면서 읽어보니 다행히 성애 묘사는 거의 없는 소설이었다. 난 정말로 베드신 묘사를 잘 읽지 못한다. (내숭이 아니라, 정말로 곤혹스럽다!) 『누군가를 만났어』에 실린 배명훈 님 첫 단편 읽을 때도 엄청나게 고생했었는데.
- M님이 가져오신 작품을 보고는 '묘사로 보아하니 시대는 조선 중기 이후,주인공은 대략 사화가 일어난 직후 몰락한 사림. 그런데 왜 주인공은 경서 대신 시를 더 많이 보는 거지? 하기사 연산군 때는 성균관의 유림들이 공부는 안하고 기생 끼고 놀기 바빴다더만 그래도 이 정도면 나은 편인가. 그런데 사림이면 송시를 읽어야 할 텐데 왜 나오는 시들은 대부분 당시일까. 게다가 기왕 고사를 읊을 거면 형설지공 보단 더 고색창연한게 많을 텐데...' 따위의 생각이나 해댔다. 학점은 그 모양 그 꼴이어도 꼴에 전공자란 말인가. 합평회 중에도 이런 생각들을 지적할까 말까 하다가 시간을 다 보냈다. 결국 말하기는 했지만 기분이 개운치는 않았다. 사실 그런 거 신경쓰며 그 소설 볼 사람은 거의 없을 텐데.
- 뒷풀이에서는 출판사나 게임사에 근무하셨던 분들에게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들으며 점점 드는 생각이라고는 하나. 책을 사랑하고 싶다면 절대 출판사에 취직하지는 말자.
- B님에게서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폴란드판 역자가 "황금 창의 기사"(본디오 빌라도의 칭호)를 "황금 양털의 기사"로 오역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나라에도 그런 뻘 오역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나오는구나- 싶었다.
11월 21일(토)
- 점심 때 Y를 만났다. 요즘 만나기 시작한 여성이 스릴러/공포 마니아인데 자신은 국문과생이면서도 그 방면에 아는 게 없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보여주었는데, 그 여성이 추천했다는 책이길래 그만 웃어버렸다. 사랑의 힘이란 모름지기 그러하다.
- 꼭 하루에 한번씩은 누군가가 내 블로그에 '거장과 마르가리타'라는 검색어로 들어온다. 일전에 올린 (가벼운) 번역 비교글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거장과 마르가리타』가 그 정도로 꾸준히 사람들이 찾는 소설이었던가, 하고 생각하면 신기하기도 하다.
11월 16~20일
11월 20일(금)
- 『잎 속의 검은 잎』을 다 읽었다. 불행히도, 책 말미에 실린 김현의 해설은 뻘글인듯 싶다.
- 발표 때문에 샀던 책을 바꾸러 갔다가 도리어 돈을 더 쓰고 왔다.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멜로드라마), 『셰익스피어 로맨스 희곡 전집』 구입.
- 정소연님의 SF강의가 종강했다. 한 학기의 즐거움 중 하나가 끝난 셈이다. 지난주에 예고되었던대로 종강 파티(?)를 하러 내려가는데 같은 수강생 중 한 분이 내게 "혹시 (판갤의)아브락사스님이세요?"하고 물어오셨다.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어떻게 알아보셨냐고 여쭈었더니 왠지 그럴 것 같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도대체 어떻게 알아보셨을까. 종강 파티에서는 같은 수강생 중 《타임 패트롤》(바다의 별)을 번역하셨던 분이 계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완전히 흥분해서는 그게 나를 SF로 끌어들인 책이노라고 말씀드렸더니 오히려 '그게 그렇게 재미있는 책이었나'하고 고개를 갸웃거리셨다. 다만, 무척 고생하며 번역한 책이기는 하다고. 그 외에도 장르문학과 가면 라이더(?!)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가다가 11시를 약간 넘겨서 파했다.
11월 18일(수)
- 전공에 대한 싫증이 절정에 달한 날이었다. 어머니께 휴학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엄청나게 화를 내셨다. 그럴만도 하지.
11월 17일(화)
- 조모임을 갔다가 조원들끼리 수업의 질에 대한 한탄만 잔뜩 했다. 각자 할 부분을 정하기만 하면 그만이었으니 뭐 그래도 상관 없긴 했지만, 다들 맺힌게 많긴 했던 모양이다. 조모임 후에는 B씨와 ㅍ서점에 가서 그 수업 교재를 샀다. 권당 무려 4만원이나 하는 가격에 어이가 상실할 지경이었다. 마침 눈에 띈 대중문화비평서는 25,000원. 기가 막혀서 그냥 웃었다. (결국 사긴 했다) 이 외에 계산하려던 차에 『잎 속에 검은 잎』이 보이길래 함께 집었다. 『기형도 전집』을 장만하긴 했지만 시집 뒤에 실린 김현 해설이 보고 싶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는 아직 김현의 영향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 저녁에는 동아리 본명수여식을 했다. 꽤 흥미로운 수여식이었다. 오늘 본명을 받을 새내기였던 J의 성격으로 보아 상당히 솔직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리라고 짐작하긴 했으나, 그 정도로 파격적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재차 기형도의 싯구를 곱씹게 된다. 「오래된 書籍」이 오래 읽어도 좋을 시가 아니기는 하지만, 훌륭한 시라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 JoySF에 들어갔다가 드디어 『아서 왕의 죽음』초역본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목빠지게 기다리던 이상섭역이 드디어 출간되었나 싶었으나, 감리신학대 이현주 교수의 번역본이었다. 그야말로 한방 먹은 기분이다. 번역이 진행되는줄 짐작도 못했던 곳에서 출간이 되다니. 뭐 그거야 좋은 일이지만 이제 이상섭 교수의 원고는 어찌 되려나 싶다. 일단 출간이 된다면 좋을 텐데.
11월 16일(월)
- 「10%만 아는데 120% 아는 척하는 남자」(sandmeer). 보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려 죽는 줄 알았다. 하필 판갤에 작가들 가십거리 관한 새로운 글을 또 올리고 난 직후여서 더 그렇기도 했고……. 확실히, 평소에 스스로 경계한다고는 하지만 역시 남이 짚어주는 것만은 못하다. 딱히 나를 두고 하신 포스팅은 아니겠지만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 3년을 쓴 가방의 끈이 완전히 떨어져나가 버린지도 몇 주가 지났다. 지금은 대충 손으로 들고 다니기야 하지만 역시 새 가방을 사야겠다.
- 요 근래에는 '내가 왜 그리 거울을 좋아하는가' 하는 게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이제야 해답을 얻었다. 내가 먼저 다가서지 않았는데도 내게 손을 내밀어준,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이 필요해요'라고 말해준 첫 집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들을 사랑하고, 행여 그들을 실망시킬까봐 겁내는 것이다.
- 동아리 새내기 세미나. 이 세미나도 다음주면 끝난다.
11월 11~16일
11월 15일(일)
- 어머니가 내려가시기 전에 지갑과 웃옷 한벌을 사주고 가셨다. 옷이야 뭐 그렇다 치고 내가 지갑 들어보기는 참 오랜만이다. 익숙하지 않은데 더해 행여 잃어버릴까 싶어 지갑 다루기가 영 조심스럽다. 언제쯤 익숙해질까.
- 용산역에서 두 분과 헤어져 숙소로 돌아가는 중 『기형도 전집』을 읽다가 퍼뜩, 이대로 숙소에 돌아가선 안된다는 생각이 드는 바람에 황급히 지하철에서 내렸다. 막 종로5가 역을 지나던 중이었다. 내리긴 내렸으되 딱히 대안도 없고 해서 어쩔까 하다가 일전에도 가본 광화문 카페에 갔다. (세번째였지만, 이번에는 실러의 『도적떼』역자 해설을 읽다가 버스 정류장을 놓치는 바람에 약간 헤맸다) 첫번째와 두번째로 갔을 때는 크게 관심두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상호를 확실히 외웠다. 'Amokka'. 하지만 역시 "말해 봐라, 사랑하는 파고트!" 쪽이 더 근사하다.
11월 14일(토)
- 어머니가 서울에 올라오셔서 아버지까지 더해 셋이 용산에서 만났다. 두 분과 만나는 일은 늘 즐겁다. 나이란 정말 숫자에 불과함을, 그 나이대의 어른도 꾸준히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상기시켜주시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서는 특히 아버지가.
11월 13일(금)
- 늘 그렇듯 이번 주의 수업도 너절했고, 발표자들이 쏟아낸 온갖 개드립으로 점철되었다. 제발 다음 학기에 들을 문화 관련 수업들은 이번 학기 같지 않기를...
- 저녁에 D형과 삼겹살 구어 먹다가 기말고사 끝나면 해외 여행 한 번 떠나기로 의기투합했다. 기간은 대략 열흘 정도에 목적지는 남인도 아니면 동남아. 아마 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지금 가장 가고 싶은 곳은 러시아나 동유럽이지만 여의치가 않으니...
- 오늘 북시 위키에 복구한 새 항목은 대략 다섯개. 그 외에는 『거장과 마르가리타』항목을 복구하며 보냈다. 앞으로 남은 것은 22명의 캐릭터와 15곳의 장소들. 그리고 작품 전체에 대한 개론 보강. 작업을 완료하면 텍스트만해도 최소 지금 분량의 4,5배 정도(즉 150~200kbyte)가 되지 않을까 싶다. 『거장과 마르가리타』 팬 사이트 하나를 문서 하나에 통째로 우겨넣는 형국인지라 딴에는 당연한 일이기야 한데... 때론 러시아문학 전공자도 아니면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
11월 12일(목)
- 오늘 하나밖에 없는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왔다가(그나마 수업 시작은 3시인데 40분이나 지각했다. 3시간 연강이긴 했지만서도) 교실에 생판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있길래 기겁하며 돌아나왔다. 시간표는 분명 맞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가... '근황'을 쓰려고 이 포스팅을 열어서야 오늘 시간표와 금요일 시간표를 책각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목요일의 수업은 12시에 하는 하나와 7시에 신촌에서 받는 SF 강좌밖에 없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점에서 이미 12시 수업을 듣기엔 글러먹었었지만 신촌 수업은 그냥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갔어도 되었다는 이야긴데... 영 허탈하다.
- 저녁에 한 정소연님 수업에 배명훈님이 오셨다. 사실 와우북 페스티발 때도 뵈었기 때문에 딱히 질문을 하지 않고 질문이 오가는 걸 듣기만 했다. 모 작품에 우주선 발사 장면이 나오는 걸 보고 "혹시 나로호 발사에서 영감을 받으셨나요?" 하는 질문을 받았다거나 하는 등의 적절한(?) 가십거리들도 재밌었고... 듀나나 이영도의 문체와 닮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정말 많이 웃었다. 듀나야 한국 SF 작가들의 단편에 유독 많이 보이는 소위 '2인칭' 시점 때문에 그러려나 싶긴 한데 이영도는 대체... 하여간 영도빠는_답이_없다.txt
-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었다. 너절한 사랑, 혹은 사랑이라 이름붙은 나르시시즘에 대한 이야기. 한 번 더 읽을까 하다가 다른 판본을 구입할 때로 미뤄두고 『도적떼』를 집어들었다.
11월 11일(수)
- 일전에 주문했던 책들을 받은 것 외에는 별 특색 없는 하루였다. 아, 북시 위키의 항목수가 다시 100건(종전의 12% 정도)을 넘겼다.
11월 06~10일
11월 10일(화)
- D형의 집에서 자고 일어난 다음 학교로 왔더니 이번에는 후배인 M이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결국 되찾기야 했지만 그 때까지 애가 너무 풀이 죽어 있어서 대략 난감했다. 결국 녀석은 M형의 강권으로 체크 카드를 만들었고, 나는 옆에서 잃어버린 학생증을 재발급받았다.
- 여성주의 세미나 마지막 회. 주제는 성매매였다. 발제를 쓰는 내내 입맛이 썼다. 성매매 경험 없다고 쪼다 취급을 당했던 해괴한 경험들이 다시 생각나는 바람에.
- 오늘 아침 허지웅의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봤을 때는 약간 어리둥절했었다.. 맥락 설명도 없이 갑자기 '루저 드립'에 대해 이야기하길래 대체 뭔 소린가 생각했다. 사실 그 글의 제목은 무려 「미수다 루저 드립」이었지만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 미수다를 연결시키지 못했다. (한창 TV를 많이 보던 2년 전에도 나는 미수다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문제의 사건에 대해 정확히 뭘 말하는지 알게 된 건 세미나 직전에 J형이 그에 대해 언급하면서였다. 그제야 왜 사람들이 갑자기 키 운운해대는지 알 듯 했다.
글쎄. 따지고 보면 좀 어처구니 없는 떡밥이지 싶다. 문제의 여성이 여성 전체, 혹은 자신이 재학 중인 학교 학생 전체의 의견을 대변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건 자명하다. 결국 개인의 생각 없는 발언일 뿐인데 거기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가 있을까? 거기에 욱한 사람들은 아마 자신들이 루저 취급받았다는 것에 기분 나쁜 모양인데, '신장 180cm 이하는 루저'라는 말에 욱한다는 것 자체가, 그 기준에 자신도 동의한다는 이야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정말 자신이 루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러한 기준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거기에 분노할 이유조차 없다. 루저 드립을 친 양반이나 분노하는 양반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이야기다.
11월 09일(월)
- 예전에 봤던 중간고사의 성적이 나왔다. 그 결과는... 음.
- 할인 이벤트로 나온 Mr.Know 세계 문학 전집(+이번에 펭귄 클래식에서 새로 나온 『드라큘라 완역본』)을 샀다. 할인 때문에 가슴 아픈건 아픈 거고, 싸게 나온 건 싸게 나온 거니까. 이미 샀던 책들을 제하고 보니 대략 30권. 이번에 산 책만 내리 읽어도 석달간 읽어야 할 분량을 11만원 정도에 샀으니 확실히 싸기야 하다. 알라딘과 Yes24 두 서점에서 나눠 사다 보니 존 스타인벡의 『의심스러운 싸움』이 중복해서 들어가긴 했지만... 카드로 결재한 걸 환불하자니 영 귀찮고 해서, 그냥 받아놨다가 나중에 읽을 생각 있다는 사람이 나오면 줄 생각이다.
- 네번째 새내기 세미나. 지금까지 한 세미나 중에서 가장 일찍 시작한 세미나였고, 전원이 지각하지 않은 유일한 세미나였다. 가장 재미있게 잘 되었던 세미나기도 하고... 주제는 '베트남 전쟁'이었다. 새내기 애들이 베트남 전쟁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이번 세미나에 와서야 처음 알았다고 해서 크게 놀랐다. 그 정도인줄 알았다면 딱딱하더라도 좀 더 자세한 텍스트를 골랐을 텐데.
- 세미나가 끝나고 내려가던 길에 학생증을 잃어버렸다. 마침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어서 지하철도 타지 못했다. 결국 D형의 집에서 잤다.
11월 08일(일)
- 북시 위키 재건에 매달리다 보니 깨닫게 된 사실 몇 가지. 1. 어지간하면 백업은 자주 하자. 2. 백업을 못하겠으면 자료를 여기저기 많이 뿌려두자. 3. 구글신은 완벽하지야 않지만 여전히 위대하시다. '저장된 페이지' 기능으로만 복원 가능한 문서가 대체 몇 건인가. 특히 '앤솔러지' 문서가 완벽하게 복구된 것은 구글신의 은총이라 할만하다! 또, 분류 문서가 몇 건 복원되면서 내가 과거 작성했던 항목들에 대한 정보도 어느 정도 얻게 되었다. 사실 이게 가장 큰 수확이다. 일단 뭘 썼는지만 알면 남은 건 시간과 노력 뿐이니까.
- 하나 더. 밤을 꼬박 세워서 작업을 한들, 아침부터 오후 3시까지 자버리면 철야작업의 의미가 없다.
- 내가 블로그에서 기형도의 「오래된 書籍」에 대해 썼던가? 그런듯 싶어서 블로그를 뒤져봤더니 내 블로그에 인용된 시라고는 황지우의 「뼈아픈 후회」뿐이었다. 그제야 찬찬히 생각해봤더니 사실은 동아리 소리판에 적었던 것을 황지우의 시와 착각했던 모양이다. 입 안이 깔깔했다.
- 『뱀파이어 레스타』 2권도 거진 중간쯤 읽어간다. 읽으면 읽을수록 읽기 싫다는 느낌만 강하게 든다. 작가가 자기 팬픽을 쓰면 어떻게 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ㅈ님 말씀으론 시리즈의 4권인지 5권인지가 시리즈의 절정이라고 하길래 어떻게든 참으며 볼 생각이었지만 이래서야 정말 시간 낭비밖에 되지 않는다. 이봐요 앤 할머니. 제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봤던 레스타를 돌려줘요.
- 저녁에는 ㅇ님과 공연을 보러 갔다. 검정치마가 나온다길래 한번 가볼까 했던 것인데, 그에 앞서 나오는 그룹들이 하도 해괴하기 그지 없어서 중간에 나와버렸다. 노래 자체보다는 그 주변의 팬들이 더 기가 막혔다. 밴드 바로 앞에 눌러앉아서 사진 찍어대는 애들이 왜 그리 많은지... 결국 공연 보러 가서는 바로 옆의 호프에서 맥주나 홀짝이다 왔다. 그러나 어느 행사건 본편보다 뒷풀이가 더 재밌다는 건 역시 만고 불변의 진리. 쓸데없이 자기 소설 팬픽이나 써대는 작가들을 흉보고 장르문학 비평에 대해 한탄하다 돌아왔다. 일전에 추천받았던 『유년기의 끝』과 장필순의 CD도 선물받았다. 『유년기의 끝』은 아스테이지로 깔끔하게 감싸져 있었다. 그다운 일이다.
11월 06일(금)
- 『뱀파이어 레스타』2권을 조금 읽다 말았다. 이달 들어서는 제일 책을 안 읽은 날이다. 하지만 북시 위키를 빨리 재건해야 하고 보니, 당분간은 독서에 신경쓰기가 어려울 듯 싶다.
- S형이 술 한잔 하자고 해서 D형과 함께 정말 '한 잔'만 하고 왔다. 술이 들어가는게 영 시원찮았다. 굳이 어제의 여파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요새는 술이 그리 댕기지 않는다. 담배도 그렇고. 요즘 내 담배는 정말 거의 '사교용 '이다. 예전에도 그러했듯이.
11월 01~05일
11월 05일(목)
- 호스팅이 해결되고 나니 미디어위키 엔진이 애를 먹인다. 공식 사이트에조차 한글로 된 메뉴얼이 갖춰지지 않았을 정도이니 도움 구할 사람이야 뭐... 대체 반년 전의 나는 이 불편한 툴을 어떻게 설치했던 걸까?
- 『뱀파이어 레스타』 1권을 마저 읽었다.
- D형과 이런 저런 말을 하다가 낮술 이야기가 나와서 결국 한 잔 하러 내려갔다. 딱히 부를 사람도, 올 사람도 없어 두 사람만 내려갔을 때가 오후 4시. 간만에 도수 센 술 좀 마셔보자 해서 중국집에 갔다. 탕수육을 시키기는 했으나 사실 안주야 거의 구색이다. 그 외에는 별 안주도 없이 두 명이서 이과두주를 두 병 마시고... 세병째에는 고량주를 주문했더니 서빙하던 분이 "괜찮겠느냐"고 물어오셨고, 굳이 청하지도 않은 짬뽕 국물을 가져다주셨다(...) 그쯤해서는 사람들 좀 불러보자 해서 Y누나와 다른 한 사람을 더 불렀다가 결국 술자리를 잡치고 말았다. (물론 Y누나 때문은 아니다) 내 쪽에서 지하철 시간을 핑계로 먼저 나왔을 때는 씁쓸함조차 일지 않았다.
11월 04일(수)
- 옛 호스팅 업체와의 인연 청산. 호스팅 이전은 30분 만에 이루어졌다. 역시 돈 좀 더 받는 데로 갔더니 서비스 수준이 다르구만...
- 주말에는 아버지가 광주 내려가신다길래 아버지께 다녀왔다. 버스 안에서 『한국의 책쟁이들』을 다 읽고 나니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재미없는 책을 억지로 읽으면 이렇게 된다.
11월 03일(화)
- 부모님이 도서 구입에 관대한 분들이라 다행이다. 두 분이 카드 번호를 알려주지 않으셨다면 내가 요 두 달 동안 그렇게 많은 책을 사진 못했겠지. (물론 그렇게 책을 사도 된다고 하시진 않았지만 안된다고 하지도 않으셨다. 엣헴) 그런 의미에서 『전갈의 아이』는 그냥 대출해서 볼까도 생각 중.
- 종일 호스팅 업체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끝내 전화가 오질 않았다. 못된 것들. 내일 아침에 전화해봐야겠다.
- 『근대문학의 종언』, 새로 나온 『뱀파이어 레스타』(1·2), 『한국의 책쟁이들』을 샀다. 내일 오전 중에 교보문고로 찾으러 갈 생각이다.
- 집에 돌아오는 길에 『뱀파이어 걸작선』을 마저 읽었다.
- 모처에서 발견한 짤방.
(뭐, 뭐임?!)
- 새벽에 잠이 오질 않아서 『허니와 클로버』를 정주행했다. 다른 감상은 일단 접어두고... 타케모토의 자전거 여행은 그야말로 두근두근. 괜히 자전거 동호회의 장터 게시판까지 들어갔다가 '입문용' 자전거들의 가격을 보고는 짜게 식어서 돌아나왔다.
- 아침 7시에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날이 추우니 옷을 따뜻하게 입어야 한다나. 수요일에는 온도가 영하까지 떨어진다고 하니, 슬슬 겨울 옷으로 갈아입을 때가 된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 자켓도 당분간은 옷장에 넣어둬야 할 모양이다. 꽤나 마음에 들었는데. 당장 입어야 할 겨울옷들이 하나같이 영 시원찮은지라 추운 날씨가 더 섭섭하다.
-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의 손님」을 읽었다. 원래 『드라큘라』의 첫 장이었다가 출판사 측에서 빼버렸다는데... 아주 탁월한 판단이었지 싶다. 나라도 첫머리부터 이런 글로 시작하는 소설이라면 보고 싶지 않았을 걸. '그' 브램 스토커의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는 소설이다. 위키피디아에서는 이 단편이 「카르밀라」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하던데, 내가 보기에 그건 좀 젊잖은 표현이고 실은 거의 팬픽에 가깝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이 단편만 놓고 본다면.
- 새내기 세미나 세번째. 오늘의 주제는 「박정희식 경제개발」이었다.
- 존 폴리도리의 「뱀파이어」를 읽었다. 이 단편의 흡혈귀인 루스벤 경이 퇴폐적인 캐릭터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었다만, 대체 어디가... 빅토리아 시대가 막장 소리를 많이 듣기야 하지만 현대의 그것에 비할 바는 아닌 모양이구나 싶었다.
11월 01일(일)
- 종일 포풍☆설사를 쏟아냈다. 새벽에 목이 마르길래 우유를 마셨다가 생긴 일이었다. 처음 생각대로 그냥 맥주나 조금 마시는 선에서 끝내야 했는데... 간밤에 친구들과 술 한잔 걸치고 오는 바람에 차마 알코올을 더 부어넣기는 민망해서 좀 더 노멀한 음료를 찾은게 이리 되어버렸다. 우유를 거의 식수처럼 마시기 시작한 중학교 시절 이래 우유 때문에 이런 곤욕을 치르기는 처음이다. 하기사 1시간만에 우유 2000ml를 마셨으니 그 양이 좀 많기는 했지만.
- 베르나르 클라벨의 『바다의 전설』을 읽었다. 물(바다. 강)에 대한 세계 각국의 전설, 민담을 모아놓은 책. 아프리카, 베트남에서 구전되던, 우리에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전설들도 수록해놓은 게 특색. 사실 전설이나 민담이 대개 그렇듯이 이야기 하나 하나만 따져보면 재미는 영 덜한 편이지만 바다의 문화적 이미지에 대해서는 꽤 참고해볼만한 책이다. 중간쯤 저자의 창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에피소드도 소개되긴 하지만...
- 조셉 셰리든 레퍼뉴의 「카르밀라」를 읽었다.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보다도 25년이나 빨리 나온 작품이고 보니 좀 엉성한 데가 눈에 띄긴 한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인물들과 맨 마지막의 '설정 설명' 등.) 여성/레즈비언 뱀파이어물의 시초로 꼽히는 작품이고 하니 문학사적 의의는 충분하지만 지금 읽기에야 그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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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프락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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