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목)
  • 10시쯤 PC방에서 나서 근처의 충렬사에 들렀다. 송상현 장군이 모셔진 곳이라는 건 들어서 알았으나 얼핏 절(寺)이려나 싶었는데, 가서 현판을 보니 사당(祠)이었다. 정식 명칭은 동래 충렬사(東萊忠烈祠). 평일 오전이다 보니 관광객이라고는 거의 나 혼자였다. 그 외 보였던 사람이라면 산책하러 나온 할머니 한 분과 무슨 일 때문에 왔는지 알 수 없는 군인 1개 소대 정도. 그러다 보니 한적한 사당을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새소리와 더불어 숲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는게 정말 큰 행운이었다. 날씨가 조금만 따뜻했다면, 혹은 목도리와 장갑을 잃어버리지 않았더라면 좀 더 머물다 나왔을 것이다.
     
    나온 후에는 마땅히 생각나는 것도 없고 해서 해운대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갈만한 여행지야 여러 곳을 들었으나 경치 보는 눈이 시원찮은 나로서는 명소라 한들 딱히 마음에 차지 않을 듯 싶었으므로, 차라리 생전 처음보는 동네나 좀 거닐어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걸었다. 중간에 무슨 골목길에 빠져드는 바람에 길을 좀 해매긴 했으나 다행히 동사무소 건물을 발견해서는 제대로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이후로는 걷기 걷기 또 걷기. 대략 3시간에 걸쳐 7,8km쯤 걸은 듯 싶다. 그로 인한 감상은... 음. 부산은 어딜 가나 산을 볼 수 있는 도시이며, 산 중턱에도 아파트를 지어놓는 근성 넘치는 도시라는 것 정도. 홈플러스에서 점심을 먹던 와중에 어머니에게 전화가 오길래 받았더니 진아가 또 쓰러져셔 입원했다고 했다.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불행중 다행히 남자친구와 만나러 가다 일이 생긴 탓에 빠르게 대처를 했다는 모양이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니 진아의 병세가 생각 외로 심각한 듯 했다. 하여 아버지도 광주에 내려오시기로 했다 하고... 나 역시 광주로 가기로 했다.
     
    그러나 해운대에서 기차를 타고 광주에 가기 위해서는 일단 대전까지 가야 했고... 오후 3시 반에 해운대에서 출발한 내가 광주 송정리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다음날 새벽 2시였다. 광주행 열차는 그나마도 막차였던 탓에 미칠듯이 사람이 많았다. 차 안에서 『낯선 조류』를 마저 읽었다. 그 뒤에 하릴 없이 핸드폰 게임이나 하다가 문득 앞을 보니 왠 청년이 양장본으로 된 『논어』를 읽고 있었다. 내심 반가웠어도 차마 아는 척 하질 못했었는데, 집에 돌아와서 제목을 확인해보니 김용옥의 『논어한글역주』인듯 싶었다. 기분이 참으로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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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프락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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