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계획

일기/잡담 2010/01/10 17:01
시기상 방중 계획보다는 연중계획이 더 시급하다는 걸 모르지는 않지만.


1. 그리스어 공부(무산)

이번 방학 중에는 연대에서 열리는 초급 그리스어 스터디에 참가한다. 말이 스터디지 사실은 그쪽 철학과에서 모 선생님이 진행하는 과외 수업에 가깝다. 저번 학기부터 알고 지낸 같은 과의 벗이 소개해준 덕이다. 그 덕에 앞으로 금요일은 신촌에서 보내게 생겼다.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라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참에 배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싶다. 헬라어야 독학이 번거롭고 따로 배우자고 해도 수업료가 부담되서 손대기 어려운 과목 아니던가. 그리스어 알파벳조차 읽을 줄 모르는 내가 어느 세월에 독해가 가능한 실력을 갖추랴만, 일단은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2. 독서량을 절반으로 줄이기

얼핏 들으면 좀 이상해보이기야 하겠지만 내게는 절실한 목표다. 한해 독서량을 측정하기 시작한 2007년부터 따져보니 해마다 거의 100권 가량의 책을 읽었다. 100권이래봐야 별 대단할 것도 없는게, 200권 중 실상 읽었다 할만한 책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전에 먹은게 소화되기도 전에 바로 게워내고 다른 음식을 쑤셔넣는 식의 독서였으니 당연하다 하겠다. 독서량 관련 질문을 받을 때 '이 정도 읽습니다' 하면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감탄이야 사겠다만 그 외에 실익은 없다.

이런 식의 독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거듭 읽으면서부터였다. 처음 이 작품을 읽기 시작했을 무렵과 지금의 감상은 가히 천지차이 수준이다. 수많은 정치적·종교적 비유와 상징 따위가 정교하게 삽입된 이 소설을 처음 한 번의 독서만으로 이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 아니었을까. 그러한 독서의 경험은 내가 얼른 읽고 치워버리기에 급급했던 수많은 책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 중에서 내가 제 진가를 확인하지 못하고 떠나보낸 책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이런 생각에 한번 빠지면 재독의 욕구를 참기 어려워진다. 특히 르 귄의 작품들이 그러하다.

따라서 올해는 독서량을 가능한한 줄이는 대신 계획적으로 선정한 작품들을 보다 밀도있게 읽고자 한다. 물론 관심 가는 신간들이야 계속해서 사겠지만서도. 나오자 족족 사두지 않으면 얼마 못가 절판되어버리는 한국 도서 시장의 특성상 이 정도 타협은 불가피하다.

3. 8편 이상의 리뷰 쓰기

2번과도 연결되는 목표. 책을 종전보다 세밀하게 읽겠다면 그에 대한 피드백도 당연히 종전에 비해 더 나아져야 하는 법이다. 한해에 50권의 책을 읽겠다고 한다면 방학 동안에는 어림잡아 8권을 읽게 된다. 가능하다면 앞으로 읽는 책마다 리뷰를 작성하고자 한다. 당장 계획중인 리뷰는 『시간 여행자의 아내』. 초고는 70%정도 썼고, 합평회에서 얻어맞는 과정을 거쳐 대략 이달말쯤이면 끝낼 듯 싶다. 이 외에도 예전에 쓰다가 잠시 접어둔 과학 교양서 리뷰도 다시 써야 하고.

4. 복수 전공 확정

문학을 복수 전공하기로 했지만 정확한 과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문학 비평 수업이 많은 과라면 어디든 상관 없다는 주의였으나 우리 학교 어문 계열 학과들의 커리큘럼을 보니 대부분 어학원에 가까운 형상인지라 그야말로 GG. 그나마  국문과와 영문과는 좀 나은 편이라 이 두 곳 중 하나로 결정될 듯 싶다. 비평 수업 자체는 국문과에 더 많지만 고전문학수업들을 감당해낼성싶지 않다. 같은 고전문학이라 해도 영문과 쪽은 셰익스피어와 초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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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프락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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