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전부터 느끼는 것이지만, 외국 작가의 작법서를 번역해오는 출판사들에게는 한 가지 법칙이 있지 않나 싶다. 가능한한 선정적으로 옮겨라! 정도의. 외국 작가들의 작법서 치고 그 원제를 정확히 살리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티븐 킹의 <On Writting>, 딘 쿤츠의 <How To Write Best Selling Fiction>, 로널드 토비아스의 <20 Masters Plots>이 그 예다. 각각 <유혹하는 글쓰기>, <베스트셀러 소설 이렇게 써라>,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이란 제목을 달고 소개되었다. 아무래도 내용을 잘 모르는 독자로서는 '낚이기' 십상이다. 그렇게 바꾼 제목 치고 원제보다 책의 내용을 잘 함축한 경우가 드문 탓에 아쉬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2. 움베르토 에코의 <논문 잘 쓰는 방법>을 읽으며 느꼈던 것도 대강 그런 것이었다. 책을 제법 재미있게 - 그리고 의미있게 - 읽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과장된 제목을 사용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한국에서는 비교적 뒤늦게 인기 몰이를 시작한 - 그렇다곤 해도 벌써 10년이지만 - 작가의 이름을 빌리고 싶었던 것인지... 94년도에는 같은 책이 <논문 작성법 강의>라는 다소 심심한 제목을 달고 나왔던 걸 보면 그런 경향이 없진 않을 듯 하다. 출판사의 사정은 이해되지만 씁쓸함을 지울 수는 없다.
     
  3.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에코의 <논문 잘 쓰는 방법>이 - 제목과는 달리 - 3분 요리 마냥 뚝딱 논문을 써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에는 논문 작성자를 향한 여러 가지 조언들이 담겨 있지만, 대개는 지엽적이며 부차적인 것이다. 그나마도 초판연도에서 30년이나 지난 통에 의미를 잃은 조언들도 제법 된다. (저자 서문에서는 '이 책에 그런 기술들을 기대하지 마라'고 미리 경고하기까지 한다.) <논문 잘 쓰는 방법>이란 제목을 통해 마케팅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저자의 의도를 살리는데는 실패한 셈이다.
     
  4. 사실 <논문 잘 쓰는 방법>의 진짜 의의는 움베르토 에코는 독자로 하여금 '나는 어떤 주제의 논문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한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글쟁이라면 누구라도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 문제지만, 논문 쓰기에서는 의무감과 부담감 때문에 종종 잊혀지는 그것 말이다.
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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