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잡담'에 해당되는 글 60건

  1. 2010/02/05 수강신청 중간 결산
  2. 2010/01/10 방중 계획
  3. 2010/01/05 유학(儒學) (1)
  4. 2010/01/04 2009년 결산
  5. 2009/12/27 내일부터 일주일간 자리를 비웁니다. (1)
  6. 2009/12/11 Stairway To Heaven
  7. 2009/12/08 누구냐! (2)
  8. 2009/11/12 쓸데없는 떡밥에 짜증스러워하느니... (1)
  9. 2009/11/04 북시 위키 관련 사항들 (6)
  10. 2009/10/31 야호!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3)
  11. 2009/10/25 이해와 냉소의 사이
  12. 2009/10/09 지포 라이터 (6)
  13. 2009/09/04 음악 (1)
  14. 2009/09/03 나이
  15. 2009/08/18 잡담
  16. 2009/08/17 근황
  17. 2009/08/12 사랑했지만
  18. 2009/08/11 근황
  19. 2009/08/09 방중 세미나가 끝났다.
  20. 2009/08/05 난감... (4)

수강신청일이었다. 복전 첫학기인 이번 학기부터는 수강신청 좀 제대로 해보겠다고 수강신청 시작 30분 전에 중도에 도착했건만...

  1. 예전에도 잘 썼던 도서관 컴퓨터 예약 시스템을 못 써서 버벅댈 줄이야.
  2. 도서관에서 내가 예약한 컴퓨터 자리가 어딘지 몰라서 헤맬 줄이야.
  3. 결국 자리를 바꿔서 겨우 앉기는 했는데 도서관 컴퓨터가 내 넷북보다 구릴 줄이야.
  4. 넷북을 켰더니 그 사이 공짜 무선랜 아이디 인증 기간이 끝나서 다시 받아야 했을 줄이야.
  5. 무선랜 인증 받으러 학교 사이트 들어갔더니 수강신청의 여파로 여기까지 마비되었을 줄이야.(이때부터 이미 수강신청 시작)
  6. 겨우 인증을 마치고 접속하니까 사실 도서관 컴퓨터가 느렸던 건 로그인 프로그램이 V3 백신에 걸리는 바람에 로그인을 안한 상태에서 쓰는 바람에 그리 되었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될 줄이야.
  7. 수강 신청 사이트에 로그인을 하자니 내가 수강 신청 사이트 패스워드를 잊어버렸을 줄이야.
  8. 어찌어찌 로그인하고 보니 아뿔싸, 책가방에 세 과목밖에 안넣어놨을 줄이야.


클릭하면 아마도 커집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짠 시간표라 당연히 시망일 줄 알았는데, 글을 쓰면서 다시 확인해보니 그렇게 망친 시간표만은 아니다. 며칠 전에 확인했을 때는 못 봤던 「현대소설의 이해」과목을 넣는데 성공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무적인 사실 아닌가. 여기 나온 강사 '이명원'이 내가 아는 그 이명원이기만 하다면야. 「현대작가론」은 여성학 연계 전공에서 건진 과목. 문제라면 「국문학사」 정도다. 같은 시간대의 「문학과 젠더」라는 과목과 바꾸고 싶지만 여성학 과목이라 신청하기가 쉽지 않다. 전공자 TO는 10명 이상이 남는데 비전공 TO는 총원이 겨우 4명이라 영 까다롭다. 「현대작가론」는 국문과 과목이기도 해서 어떻게 우회하여 등록했었지만 이건 정말 답이 없을 듯. 일단은 수강 변경 기간을 노려볼 생각이다.

제1전공 과목도, 예년에 비하면 나쁘진 않은 편이다. 「동양미술사」는 꽤 오래 전부터 듣고 싶어했던 과목을 이제야 듣게 된 셈이니 생략. 「청대실학과 근대사상」는 사실 별로 관심가지 않는 과목이지만 지도교수님 과목이라 뺄 수 없었던 과목이고...

어차피 정정기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지금 같아서는 뭐 그럭저럭 선방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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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중 계획

일기/잡담 2010/01/10 17:01
시기상 방중 계획보다는 연중계획이 더 시급하다는 걸 모르지는 않지만.


1. 그리스어 공부(무산)

이번 방학 중에는 연대에서 열리는 초급 그리스어 스터디에 참가한다. 말이 스터디지 사실은 그쪽 철학과에서 모 선생님이 진행하는 과외 수업에 가깝다. 저번 학기부터 알고 지낸 같은 과의 벗이 소개해준 덕이다. 그 덕에 앞으로 금요일은 신촌에서 보내게 생겼다.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라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참에 배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싶다. 헬라어야 독학이 번거롭고 따로 배우자고 해도 수업료가 부담되서 손대기 어려운 과목 아니던가. 그리스어 알파벳조차 읽을 줄 모르는 내가 어느 세월에 독해가 가능한 실력을 갖추랴만, 일단은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2. 독서량을 절반으로 줄이기

얼핏 들으면 좀 이상해보이기야 하겠지만 내게는 절실한 목표다. 한해 독서량을 측정하기 시작한 2007년부터 따져보니 해마다 거의 100권 가량의 책을 읽었다. 100권이래봐야 별 대단할 것도 없는게, 200권 중 실상 읽었다 할만한 책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전에 먹은게 소화되기도 전에 바로 게워내고 다른 음식을 쑤셔넣는 식의 독서였으니 당연하다 하겠다. 독서량 관련 질문을 받을 때 '이 정도 읽습니다' 하면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감탄이야 사겠다만 그 외에 실익은 없다.

이런 식의 독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거듭 읽으면서부터였다. 처음 이 작품을 읽기 시작했을 무렵과 지금의 감상은 가히 천지차이 수준이다. 수많은 정치적·종교적 비유와 상징 따위가 정교하게 삽입된 이 소설을 처음 한 번의 독서만으로 이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 아니었을까. 그러한 독서의 경험은 내가 얼른 읽고 치워버리기에 급급했던 수많은 책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 중에서 내가 제 진가를 확인하지 못하고 떠나보낸 책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이런 생각에 한번 빠지면 재독의 욕구를 참기 어려워진다. 특히 르 귄의 작품들이 그러하다.

따라서 올해는 독서량을 가능한한 줄이는 대신 계획적으로 선정한 작품들을 보다 밀도있게 읽고자 한다. 물론 관심 가는 신간들이야 계속해서 사겠지만서도. 나오자 족족 사두지 않으면 얼마 못가 절판되어버리는 한국 도서 시장의 특성상 이 정도 타협은 불가피하다.

3. 8편 이상의 리뷰 쓰기

2번과도 연결되는 목표. 책을 종전보다 세밀하게 읽겠다면 그에 대한 피드백도 당연히 종전에 비해 더 나아져야 하는 법이다. 한해에 50권의 책을 읽겠다고 한다면 방학 동안에는 어림잡아 8권을 읽게 된다. 가능하다면 앞으로 읽는 책마다 리뷰를 작성하고자 한다. 당장 계획중인 리뷰는 『시간 여행자의 아내』. 초고는 70%정도 썼고, 합평회에서 얻어맞는 과정을 거쳐 대략 이달말쯤이면 끝낼 듯 싶다. 이 외에도 예전에 쓰다가 잠시 접어둔 과학 교양서 리뷰도 다시 써야 하고.

4. 복수 전공 확정

문학을 복수 전공하기로 했지만 정확한 과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문학 비평 수업이 많은 과라면 어디든 상관 없다는 주의였으나 우리 학교 어문 계열 학과들의 커리큘럼을 보니 대부분 어학원에 가까운 형상인지라 그야말로 GG. 그나마  국문과와 영문과는 좀 나은 편이라 이 두 곳 중 하나로 결정될 듯 싶다. 비평 수업 자체는 국문과에 더 많지만 고전문학수업들을 감당해낼성싶지 않다. 같은 고전문학이라 해도 영문과 쪽은 셰익스피어와 초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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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儒學)

일기/잡담 2010/01/05 05:51
여러 곳에서 여러 차례 이야기하긴 했지만, 지금 전공에 많이 질린 상태다. 전공 자체가 문제는 아니고, 기타 외부 조건으로 인해 넉다운된 상황이다. 사실 전공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수업에는 영 관심없어하는 빵점 학생이었다곤 해도 내가 유학에서 배운게 적지 않은 까닭이다. 특히 2007년 초에 정도원 선생님과 『대학』·『중용』 강독을 하면서 익혔던 구절들은 여전히 잊지 못한다.

그러한 구절 몇 가지.

※ 여기 이야기되는 썰들은 유학의 전통적인 해석과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는 내 식으로 재해석한 것들이니, 혹여 이러한 경전들을 진지하게 공부하려 하는 분들이라면 크게 귀담아듣지 말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

1. 道也者 不可須臾離也 可離 非道也 (중용)

"도란 것은 (일상과) 잠시도 떠날 수 없는 것이니, (일상을) 떠날 수 있으면 도가 아니다."라고 풀이되는 구절이다. 내가 특히 흥미롭게 봤던 대목은 "(일상을) 떠날 수 있으면 도가 아니다."라고 한 부분이다. 철학의 주제는 어디까지나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공간이며, 우리네 일상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공리담론에 주목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통찰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의 나에게는 자기 안의 세계와 공상에 빠지는 대신 자기 주변의 현실과 교감하라는 주문으로 들리기도 했었다. 

요즘 같아서는 이 조언이 조금 다른 방향에서 들리기도 한다. 이 구절에서는 일상 공간에 충실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나는 대체 '어떤' 일상에 충실해야 하는 걸까. 이영도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단수가 아니며, 내가 마주해야 하는 공간 또한 하나가 아니다. 우리 가족의 구성원으로서의 '나', 학과에서의 '최진석 씨', 우리역사연구회라는 동아리에서의 '문어', 장르문학 팬덤에서의 '아프락사스'가 마주해야 할 일상 공간은 천차 만별이다. 그 중에 내가 파고들어야 하는 일상은 어디인가. 물론 그 중에 하나만 남겨야 할 이유는 없다. 그렇지만 그 모두가 내 일상일 필요 있을까.

특히 장르문학 팬덤 생활에 대한 고민이 그러하다. 사실 이 문제는 이 블로그에서만 해도 꽤 여러번 이야기한 적이 있다. 「지금의 내게도 팬덤 커뮤니티가 필요할까?」라는 글에서는 팬덤 커뮤니티를 아예 '매트릭스', 허상의 공간이라고 규정하기까지 했었고. 지금도 그 생각 자체는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팬덤 생활을 포기하지 못한다. 마음에 차지 않는 공간을 떠나고자 해도 그에 합당한 대안이 없다면 청산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대신해주지는 못한다.

예전에 『솔라리스』역자 후기에서 스타니스와프 렘이 (미국의) SF 팬덤에 대해 "이른바 '팬진fanzines'에 게재되는 독자들의 편지를 읽어보면 SF 창작은 변명에 불과한 경우가 많고, 실제로는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좌절한 사람들의 상호 교류의 장場을 찾기 위한 시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독설을 퍼부었다는 걸 보며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꽤나 씁쓸해했던게 생각난다. 이영도가 『폴라리스 랩소디』에서 남긴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자신들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에게서 백안시당하며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마법사들 중에도 드물다."라는 문장도.

2. 絜矩之道 (대학)

대학 "윗사람에게서 싫다고 느꼈던 것을 아랫사람에게 시키지 않으며, 아랫사람에게서 싫다고 느꼈던 것을 가지고 윗사람을 섬기지 않으며, 앞사람에게서 싫다고 느꼈던 것을 가지고 뒷사람을 이끌지 않으며, 뒷사람에게서 싫다고 느꼈던 것을 가지고 앞사람을 따라하지 않으며, 오른쪽 사람에게서 싫다고 느꼈던 것을 왼쪽 사람에게 건네지 않는" 태도를 줄여 이르는 말이다. 

사실 이러한 격언이 『대학』에만 나오는 말은 아니다. 아마 예수가 "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마7:12)라고 말한게 가장 유명하겠지만 이 역시 유대교 경전에서 내려오는 황금률을 예수식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유학에서도 "나를 미루어 남을 헤아린다"(推己及人)거나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않는다"(己所不欲勿施於人) 등 유사한 격언들이 많이 나온다.

그래도 나는 '혈구지도'라는 말을 유독 좋아하는 편이다. 이는 이 네글자의 조어가 보편적 윤리인 황금률을 간명하게 잘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서양과는 다른 유학적 논리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구절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혈구지도(絜矩之道)란 말에서 혈구(絜矩)란 목수들이 쓰는 곱자를 뜻하는 말이다. 곱자에 한번 그어진 눈금은 변하지 않는다. 같은 길이를 재는데 한번은 3cm로 나오고 또한번은 5cm로 나온다면 그게 제대로 된 곱자일리 없다. 3cm는 3cm일 뿐이다. 혈구지도(絜矩之道)라는 비유는 이런 곱자에 주목한다. 어떤 사안에 대한 판단 기준은, 일단 한번 정해진 이상 누구에게나 공정히 적용되어야 한다. 내 스스로에게 적용되는 바와 다른 사람에게 적용되는 바가 같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한 보편적인 원리를 우리는 보편 윤리, 원칙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혈구지도라는 비유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자기 자신도 하지 못하면서, 혹은 하지 않으면서 남에게 그것을 요구한다면, 애당초 제대로 된 주장이라 보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러한 주장은 서양의 형식 논리학에서는 전형적인 '인신공격의 오류'로 지적되겠지만, 유학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 유학에서 주장과 실천은 함께 가야 한다고 이야기되기 때문이다.

이 말을 접한 뒤로 나는 께름칙한 주장을 접하면 일단 그 주장의 논리 구조를 분석한 다음 과연 그러한 주장을 편 사람 자신은 그러한 논리에 충실한가를 따져보는 버릇이 생겼다. 당장 생각나는 예라면 예전에 커그에서 일어났었던 '재미 vs 가치' 논쟁에 달았던 댓글.

매번 같은 소리를 하게 됩니다만... 재미지상주의자들이 진정 짜증나는 건 그들이 주장하는게 취향의 평등이 아니라 다른 방향에서의 불평등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하는 주장의 기본 구조는 그들이 비판하는 이들의 그것과 다를 게 없어요. '내가 재밌어하는 건 인정받아야겠지만 네가 재밌어하는 건 인정 못하겠다'는 거죠. 어느 한 취향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주장 자체는 납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위해 꼭 'XX한 것보다는...' 하는 식으로 다른 취향을 깎아내리곤 한다는게 문제죠. 평소에는 홀로코스트를 이야기하며 약한 척 하다가도 기회만 있으면 팔레스타인을 피바다로 만들곤 하는 이스라엘을 보는 기분이랄까요?
2009/01/24

최근에 이글루스 등지에서 일어났던 소위 '호모포비아 논쟁'이 우습기만 했던 것도 어느 정도는 이런 버릇 때문이다. 문제를 제기했던 호모포빅들의 주장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게이 혐오도 취향이니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달라"쯤이 된다. 듣고는 어이가 없어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과연 '나는 게이를 혐오한다'라는 문장이 '나는 짜장면을 혐오한다'와 같은 선상에서 논의될만 하느냐, 호모포빅들이 요구하는 '표현의 자유'와 동성애자들이 요구해왔던 '표현의 자유'의 수위가 비교가능한가 등의 사안은 일단 제껴놓도록 하자. (이러한 문제는 다른 글에서 다룰 것이다) 이 글과 관련하여 나를 웃겼던 것은 그 잘난 '혐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이들이 정작 남들에게도 호모포빅 자신들을 혐오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간단히 줄여본다면 '나는 게이를 혐오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너는 그런 나를 혐오한다고 말할 수 없다' 쯤이 될까. 익명게시판에 흔해빠진 키보드 파이터들이 더 윤리적이겠다 싶어서 우습기만 했었다.

3. 誠於中 形於外(대학)

"내면이 성실하면 밖으로 드러난다."는 말이다. 내면의 인격이 외양에도 반영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경구에서 이야기하는 외양(外)이란 단순 외모만이 아니라 표정과 말씨, 몸가짐 등 겉으로 드러나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따라서 잘생긴 사람은 성격도 좋고 못생긴 사람은 성격도 나쁘다는 식의 단순한 논리와는 거리가 멀다. 잘생겼냐 못생겼냐를 떠나서 한 사람의 행동 방식이 그 사람의 본질을 말해준다는 거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러려니 했지만 최근에 이 말을 곱씹을 기회가 생겼다. 정도원 선생님 수업이 종강하는 날 그 뒷풀이에서 정도원 선생님께서 나의 겉모습이 예전과 어떻게 달라졌으며 내 내면 또한 어떻게 달라졌는지 짚어주셨던 거다. 옷을 어떤 걸 입었고 안경을 어떤 걸 꼈고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내 언변이 편해지고, 내 웃음이 예전보다 자연스러워졌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식으로 차근차근 짚어주시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다시 한 번 '성어중 형어외'를 곱씹었었다.

'성어중 형어외'라는 말을 들으면 한 가지가 더 떠오른다. 여기부터는 거의 내 멋대로의 해석이다. 이 경구에 따르면 내면(中)이 변하면 밖(外)으로 드러나는 외양 또한 변한다. 그렇다면 그 달라진 외양을 접하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와 평가 또한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 경우에는 외양(形)이 中이 되고 타인과의 관계는 外가 된다. 결국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의 관계와 평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기 내면을 닦으면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주머니 속의 송곳(囊中之錐)은 주머니를 뚫는다'는 말과도 통한다고 할까.

지난 시절을 돌이켜보면 내가 가진 것 이상의 평가를 얻어내려 억지를 쓴 경우가 참 많았다. 요즘 말로는 허세라고 하는 걸 텐데, 그리 좋아하는 말은 아니지만 특히 2006, 2007년에 썼던 글들은 대부분 허세의 반영이었다고 해도 좋다. 알건 모르건 어떻게든 끼어들어서 아는 척을 하고 잘난 사람이라고 인정받으려 했던 시절. 뭐, 그 허세의 결정체였던 '판작안'만 해도 결국에는 내가 더 많은 독서를 하고 더 많은 공부를 하는데 일조했던 걸 생각해보면 그것도 일종의 성장통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성장통이란 결국 언젠가는 끝나야 하기 마련이다.

"개념인으로 불리고 싶은가? 그렇다면 개념글을 쓰라. 개념글을 쓸 실력이 되지 못하는가? 개념글을 쓰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자기 발전을 하라. 그렇게 차근 차근 자기 내면을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다른 사람들도 알아주기 마련이다." 이런게 요즘 내가 성어중 형어외를 곱씹으며 떠올리는 사고들이다.


4. 愼獨

'혼자 있어도 삼간다'는 말로, 주어를 붙여 군자신독(君子愼獨)이라고도 한다. 원칙을 세웠으면 남들이 보지 않을 때에도 그에 맞춰 행실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뜻이다. 신념과 원칙은 1차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기에, 정말 옳은 원칙을 세웠다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을 속여서는 안된다는 말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2번에서 이야기한 황금률과 어느 정도 통하는 말이다. 나는 여기서 마하는 '혼자다'(獨)라는 표현이 말 그대로 아무도 보지 않는 상황만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인터넷 게시판 상에서 익명을 써서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 이 또한 홀로 삼감에 대해 이야기할만한 상황 아닐까.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그렇지 않는데 디씨에서만 유독 말을 험하게 하는 이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편이다. 디씨 자체가 상호하대를 원칙으로 하는 공간이다 보니 그쪽의 룰을 지키다 보면 어느 정도는 거기에 물들기 마련이라는 걸 모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 요즘은 또 그렇지도 않은 듯 하지만 예전에 디씨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다른 커뮤니티의 '젊잖은' 게시판 문화를 두고 비꼬는 사람들이 많았다. 위선과 가식이 넘치는 공간이라는게 그네들 주장의 골자였다. 하지만 그렇게 솔직하다는 그네들 중에서, 디씨에서의 태도를 오프라인에서도 그대로 보여주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타 게시판의 사람들을 위선적이라고 비아냥거리지만 사실은 그네들 자신이 위악적이지 않느냐는 말이다.

내가 디씨에서도 평소의 어조를 버리지 않으려 하는 것도 이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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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결산

일기/잡담 2010/01/04 17:40
예전에 보라님 블로그에서 봤던 형식의 글 포스팅. 원래 제목은 '올해 결산'이니까 작년에 했어야 맞는 글이다.

올해의 나: Seperation Anxiety + Wind Blows. 그렇게 어두운 해는 아니었지만. 변화와 발전을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바랐던 해이자 많은 이들을 떠나보내고, 그들을 가슴 속에 묻어야 하는 한해였다. 물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올해의 키워드: 신!


올해의 별명: 그런거 엇ㅂ다. 아프락사스는 아프락사스고, 최진석은 최진석일 뿐.


올해의 관심사: SF. 지난 해에 비하면 SF소설을 꽤 많이 읽은 해였다. 2009년에 읽은 책 96권 중 27권이 SF 관련 서적일 정도였으니. 2008년의 93권 중 고작 6권이 SF 관련 서적이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정말 많이 늘어난 셈이다.


올해의 드라마: 그런거 엇ㅂ다.(2) 원래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올해의 영화: 《다크 나이트》. 영화라는 매체 자체를 영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올해는 많이 본 편이라 《다크 나이트》, 《반두비》, 《나인》, 《아바타》의 네 편. 《다크 나이트》를 제외하곤 만족스럽게 본 영화가 하나도 없다. 자연스럽게 《다크 나이트》확정.


올해의 버라이어티:  《도전! FAT 제로》(The Biggest Looser). 십수명의 도전자들이 나와서 몇 주에 걸쳐 살을 빼는 프로그램. 프로그램이 진행됨에 따라 점점 변하는 외모도 외모지만 삶에 대한 도전자들의 태도가 변하는 과정을 보는 것은 참 즐겁다. 일종의 대리만족도 되고. 물론 가장 즐거운건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벌어지는 피튀기는 신경전!


올해의 책: 『거장과 마르가리타』. 2009년에 나왔던 '신간'으로 한정한다면 할 말이 별로 없다. '2009년에 읽은 책'으로 범위를 넓힌다면 들만한 책은 『어둠의 속도』와 『거장과 마르가리타』. 작품 자체만 놓고 본다면 『어둠의 속도』에서 더 깊은 인상을 받았지만, 2009년을 상징하는 책이라 하면 단연 『거장과 마르가리타』 쪽이다. 말하기 민망한 동기에서 읽기 시작했으되,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읽은 책도 드물다. 특히 스무살 넘어서 같은 책을 두 번 읽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2009년에 읽은 책 참고. 


올해의 음반: 오지은 1,2집/언니네 이발관 5집. 어느 하나만 꼽을 수 없어 고민 끝에 세개 다 올렸다.


올해의 전자제품: 지금 쓰는 넷북. 그러나 2010년에는 처분해버리고 데스크탑으로 바꿀 생각이다. 외출하면서까지 컴퓨터를 들고 다니니까 사람이 못쓰게 변한다.


올해의 패션: 돈지랄. 서울 올라오면서부터 꽤 많은 돈을 옷사는데 썼다. 예전에 입은 옷들은 도저히 다시 입을 수 없어, 날이 바뀔 때마다 옷을 죄다 새로 사야 했기 때문이다. 이걸 두고 동아리에서는 사람이 바뀌었다느니 어쩐다느니 하며 호들갑이었으나 나로서는 그저 재미있을 뿐이었다. 하기사 예전같으면 절대 내 돈 주고 옷을 사진 않았을 테니 변하기는 했다.


올해의 음식: 스타우트 흑맥주. 서울 올라와서 가장 많이 사마신 술이다. 내년에는 Johnnie Walker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올해의 화장품: 그런거 엇ㅂ다.(3)


올해의 선물: 『유년기의 끝』. 유로스님이 빌려주셨다. 읽고 나서 아서 클라크에 대한 못된 편견을 가졌던 걸 깊이 반성했다. 오오 클라크 오오.


올해의 팬시: 생일 즈음하여 샀던 가방. 나는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주변에서 좋다고 말해주는 이들이 많다.


올해의 차 : 부산에서 마셨던 얼 그레이. 여태 에스프레소 커피만 마셔대던 걸 깊이 반성하였다.


올해의 과자 : 그런거 엇ㅂ다.(4) 원래 단걸 별로 안좋아한다.


올해의 보석 : 그런거 엇ㅂ다.(4)


올해의 사이트: BookSea. 처음에는 거울을 생각했었지만, 올해의 '사이트'로서는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어 북시 위키로 바꿨다. 내게 거울은 오프라인으로서, 현실에서 장르문학 이야기르 나눌 수 있는 곳으로서의 의미가 더 큰 공간이다. 그 거울을 제외한다면 꼽을만한 곳은 당연히 북시 위키 뿐이다. 장르문학 팬으로서의 '아프락사스'를 상징하니까. 앞으로는 과연 얼마나 더 충실히 운영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렇다.


올해의 상점: 교보문고 바로드림 서비스. 작년에 같은 설문을 했다면 아마 '알라딘'을 뽑았을 텐데, 올해는 교보문고다. 서울 올라온 뒤로는 바로드림 서비스로 광화문점을 정말 뻔질나게 드나들었었다. 교보문고는 언제 가도 즐겁다. 내년에는 아마 풀무질 서점을 뽑지 않을까 싶다. 학교 앞의 작은 서점인데, 갈 때마다 책장에 진열된 책들을 보며 탄복하게 된다. 소규모 서점은 주인의 심미안에 따라 그 풍경이 완전히 달라지기 마련이라, 가끔은 이런 탁월한 예도 발견된다. 

올해의 성취: 거울 필진 된 거?


올해의 남들은 다 좋다는데 나 혼자 별로: 배명훈. 싫어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그가 누리는 인기는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측면이 많다. 『타워』출간 이후 이런저런 이벤트에 불려다니며 소모당하셔야 했는데, 2010년에는 좀 더 작품 활동에 집중해주셨으면 좋겠다.


올해의 남들은 그냥 그렇다는데 나 혼자 열광: 그런 범주에 들어가는 건 『거장과 마르가리타』밖에 없다. 그래서 나로 인해 이 소설을 읽게 되었다고 말하는 이들을 말하면 상당히 미안해진다.


내년의 소원: 학교 수업이 더 재밌어졌으면 좋겠다한국유학사 시험 시간에 Issac Asimov니 Master & Margarita니 하는 단어만 깨작이다 나오지 않을 수 있게. 문학 복전이 새 돌파구가 되어줄까?

내년의 여러분에게: 장담하지요. 2010년이 먼 과거가 되어버린 어느 시점까지도 나는 2010년의 오늘과 여러분을 생각할 겁니다. 지금의 내가 안은 숱한 미숙함과 어설픔, 단점에도 불구하고 내 곁에 남아준 그대들을 그리워하겠지요. 그러니 미리 말하겠습니다. 나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당신들은 내게 참으로 소중한 벗들이라고.


내년의 나에게: 어제보다는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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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오랫동안 방치된 블로그긴 하지만, 그래도 신고는 해야겠지요. 12월 28일부터 1월 3일까지 기차 여행을 다녀올 생각입니다. 동행은 없고, 혼자 가는 여행이지요. 목적지나 일정은 따로 없습니다. 기차를 타는 것 자체가 더 주된 목적이지요. 책이나 그득 짊어지고 가서 읽으며 돌아다닐 생각이에요. 봐야 할 영화, 써야 할 글이 몇 편 있어서 넷북을 들고 가기야 하겠지만 인터넷을 쓸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결국 1주일 정도는 새로 업데이트되는 글이 없다고 봐야죠.

그럼, 나중에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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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건!


...and Gate for stairway To Heaven

50번의 시도 중에 3번만 성공했다는 광고. 
저 험지를 물흐르듯 내려오는 카메라, 배경음악, 로버트 칼라일의 발음. 모든 게 완벽하다!


...그리고 오늘 학교에서 만난 후배에게 저 술의 감상을 이야기했더니 돌아오는 코멘트 :

"선배가 그렇게 행복하게 웃는 표정은 두세달만에 처음 봐요."


오오라, 그 정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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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냐!

일기/잡담 2009/12/08 14:02



이런 걸로 검색해서 들어오는 놈이! 

그것도 두 번씩이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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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Know 세계 문학 전집의 위엄(일부).


어딜 가나 그놈의 '루저 드립' 투성이다. 미수다 출연자들을 조롱하는 글에서부터 그런 남성들을 꾸짖는 글에까지. 진짜 말 그대로 '어딜 가나' 그런 이야기 투성이다 보니까 이젠 누구를 까는 글이건간에 말 그대로 '루ㅈ'만 봐도 화가 치밀어오를 지경이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이다) 이러니 정말 블로그, 미투데이, 북시 등 몇 개 사이트를 제외하면 정말 갈데가 없다.

하릴없이 카이사루저니 '웨인 루저'니 하는 지랄같은 개드립이나 쳐대는 애들이야 뭐 별 수 없다 치더라도 심지어 일반 언론에서까지 - 물론 스포츠신문을 '언론'이라 볼 수 있을 것이냐는 또 다른 문제이다 - 별 관계도 없는 기사에 '루저' 떡밥을 들이대는 건 대체... 이 떡밥이 정말 장기화되면 결국 나도 '근황'에나 몇 마디 끄적이는 수준을 넘어 아예 포스팅을 쓰지 않을까 싶지만 이슈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싫다. '키 작아서 싫다'는 소리 하나 들었다고 역겨운 꼴들을 작작 좀 보여줘야지.

현재로서는 당분간은 RSS도 켜지 말고 위키나 들여다보거나, 아니면 컴퓨터를 끄고 책이나 읽어야 할 모양이다. 마침 Mr.Know 세계 문학 전집 반값 이벤트 때문에 볼 책이 와장창 늘어나기도 했으니까. 약간 신경만 써주면 되는 일이다.

P.S.

아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글을 쓴 뒤에도 이상한 떡밥에 욱해서 또 반응해버린 걸 보면 나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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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시 반쯤 호스팅 업체와의 연락을 최종 마무리했습니다. 지난달 31일에 발생한 문제에 대해 4일 오후에야 확답을 들은 셈입니다. 주말이 꼈다는 걸 감안해도 이 정도면 상당히 오래 걸린 편이죠. 여하튼...

호스팅 업체의 말에 따르면 그 쪽에서는 매주 일요일 오전에 데이터 백업을 하고, 그 전에 백업했던 자료는 파기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북시 위키의 자료를 날린 건 토요일 새벽. 그 때는 업체에서 근무하지 않을 때라 내버려뒀더니 주말 사이에 호스팅 업체에서 가진 자료도 파기되었다는 이야기죠.

간단히 줄여보죠. 북시 위키의 자료는 완전히 파기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약간의 정비를 거쳐 목요일이나 금요일쯤 재개장할 생각입니다. 그 때부터 복구(=노가다) 작업 들어가는 거죠.

뭐... 딴에는 잘 된 일이기도 합니다. 의존하던 호스팅 업체의 서비스 수준이 얼마나 막장인지 깨달았으니까요. (호스팅 업체는 교체했습니다. 바꾸니 좋더군요.) 더군다나 북시 위키의 자료 '842건' 중 사실사 절반 가까이는 별 의미가 없는 자료들이었거든요. 보는 사람도 없고 내용도 부실한 자료들로 숫자만 채워둔게 워낙 많았으니, 딴에는 북시 위키에 깃든 거품을 뺄 기회가 된 셈이지요.

주소는 booksea.pe.kr 로, 예전과 동일합니다. 다만 현재는 접속이 되지 않습니다.

P.S.

아울러, 혹시 과거 북시 위키에 올라왔던 자료를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계셨던 분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단 한 건이라도 상관 없습니다. 특히나 '앤솔러지' 항목 같은 자료는 굉장히 소중하죠. 자료 알려주시는 분께는 개인적으로 식사든 술이든 사례하겠습니다.

e-mail : gkman1@hanmail.net
msn : gkman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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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시 위키의 자료가 모조리 소실되었다. 위키에 사용중이던 미디어위키 엔진을 업데이트하려다가 생긴 사고다. 백업된 자료 전무. 유효한 내용을 담은 항목 수만 842건에 '넘겨주기' 등 특수 기능 문서까지 포함하면 근 1600건에 달하는 문서들을 모조리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 약 19개월에 달하는 수고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고 해도 좋다.

끝내주는 밤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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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가 진정 무서운 건 블로거가 감정적으로 무너져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했던 - 혹은 비슷한 말을 했던 - 이가 누구더라? 어느 블로거가 김현진(카렌) 사태에 대해 썼던 글에서 처음 본 뒤로 몇 주가 지나도록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 말이다. 요즘 블로그건 미투데이건 뭔가 글을 쓰기에 앞서 늘 떠올리는 말이기도 하고. 내가 들어가봤음직한 블로그는 다 뒤져봤음에도 도통 그 출처를 알 수 없어 애먹던 차에, 혹시나 싶어서 박권일 기자의 블로그에 들어가봤다가 가슴이 철렁해지는 글을 읽었다. 글 전체가 그렇지는 않고, 아래의 대목 때문이었다.

내 경험상 오히려 "글쓰기는 내 존재의 이유" "글을 못쓰면 난 죽을 것 같애" 따위의 발언을 하는 인간과는 아예 상종을 않는 게 좋다. 십중팔구 '사짜'이거나 '환자'다. 요즘 특히 블로그하며 점점 환자가 되어가는 인간들이 많이 보인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일들까지 시시콜콜, 내장 깊숙한 악취까지 꾹꾹 쥐어짜내어 인터넷에 흘려보낸다. 그러지 않으면 불안해서 못견디는 거다. 솔직함을 가장한 저 눈먼 폭력들...
- 박권일, 「생존보고

처음 읽을 때는 블로그에서 자신의 힘든 사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른바 동정을 구걸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한참 눈을 끔벅거리면서 거듭하여 읽다가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서야 이 글이 "손바닥만한 블로고스피어 혹은 '진보개혁' 진영에서 고만고만한 애들끼리 살벌하게 나와바리 싸움하는" 광경에 대한 설명이라는 걸 깨닫고는 급 허탈해졌다. (혹은 급 안심했다.)

그렇지만 저 문장들이 가져다준 충격은 여전하다. 어쨌거나 앞뒤 떼어놓고 보면 내가 처음에 읽은 방식대로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 아닌가. 그들의 '악취'에 대해 얼굴을 찌뿌리고 냉소를 퍼붓는 건 쉬운 일이다.  맞다. 인터넷에서 찌질한 글을 쓰는 자들은 대부분 환자다. 하지만 그점은 그들 스스로도 모르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이 '악취'를 뿜어낸다는 사실 자체가 또 다른 자기 혐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그들이 '악취'를 뿜어내는 이유가 뭐겠는가. 그 '악취'를 뿜어내지 않으면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기에 그러는 거 아닌가. 그야말로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카뮈의 『시지프 신화』의 첫 글인 「부조리와 자살」이라는 글에서는 자살하는 사람의 심리 상태에 대한 의미심장한 묘사가 나온다.

한 인간이 자살하는 데는 많은 원인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말해서 표면상 드러나 있는 이유가 가장 강력한 것은 아니다. 의식적으로 자살하는 일이란 (그렇다고 그런 가설을 세울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거의 없다. 무엇이 발작적인 행위를 촉발했는가를 확실히 꼬집어 입증한다는 것은 언제나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신문은 [남모르는 번민]이라든가,[불치의 병]이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그럴듯한 설명이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또 다른 요인, 예컨대 절망한 그 사내가 자살한 그 날 친구가 냉정한 말투로 고약하게 말을 걸거나 한 일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죄는 바로 그 친구에게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그렇게 냉담한 어조로 말한 것이 아직 유예 상태에 있는 모든 권한과 온갖 피로를 한꺼번에 떨어뜨리게 하기에 충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신이 죽음 쪽으로 기운 그 정확한 순간, 미묘한 감정을 판별한다는 것은 곤란한 일이지만, 자살이라는 행위 그 자체로부터 전제가 되는 결론들을 끄집어 내는 것은 보다 쉬운 일이다.

자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멜로 드라마에서도 자주 보듯이, 고백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삶에 패배했다든가, 또는 삶을 이해할 수 없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 알베르 카뮈, 「부조리와 자살」『시지프 신화』
(강조는 인용자)

여기서 자살이 옳으냐 그르냐에 대해 논할 생각은 없다. 그것은 이 글의 주제가 아니다. 다만 여기서 내가 주목한 대목은 저 냉정한 말투의 친구가 한 역할이다. 생에 대한 한 사람의 의지가 벼랑 끝으로 몰렸을 때 던져지는 싸구려 냉소가 그 사람의 마음 속에 어떠한 파문을 일으키느냐 하는 점이다.

어떠한 현상에 대해 냉소하고, 스스로 극복해내라고 윽박지르기란 참으로 쉽다. 한 인간의 고뇌와 우울에 대해 찌질함이라고 몰아붙이고, 내 앞에서 그 악취를 썩 치우라고 말하기란 참으로 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 냉소는 현상에 대한, 한 사람이 겪는 고통에 대한 온전한 이해을 가로막는다. 고통을 앓는 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니, 도움만 안되면 다행일까. 외려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는 사례가 흔하기 마련이다. 나는 우울증에 대한 '처방'이랍시고 '의지로 이겨내라'는 타박을 얻어들은 고3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조언'을 행한 이는 그 학생의 담임 교사였다. 대학에 진학한 후 그 학생은 자살했다.

자신에게 풍겨오는 악취에 분노하고 냉소하기 앞서 그러한 악취가 나오게 된 맥락과 원인을 알아보려 할 수는 없을까. 그들이 왜 그런 '악취'를 뿜어내는지, 스스로를 상처내가며 악취를 뿜어내려 하는지 공감하고 연민하려 해줄 수 없단 말인가. 그것은 힘든 일이지만, 그렇기에 진정으로 갚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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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포 라이터

일기/잡담 2009/10/09 03:23
동아리 선배에게 짝퉁 지포 라이터를 선물 받았다. 짝퉁이라곤 해도 나로서는 처음 만져 보는 '지포'인지라 여간 마음에 드는게 아니다. 한동안은 이 놈 쓰는 재미에 담배가 늘겠구나-하고 생각했을 정도. 신이 난 김에 담배 케이스니 휴대용 재떨이니 하는 용품들을 알아보다가 결국 정품 지포들을 알아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분기에 한 갑 핀다"고까지 하는 내가 과연 언제까지 라이터에 관심을 둘까마는. 한국 지포 사이트에서 뒤적거리니 과연 마음에 물건이 한둘씩 나오기야 한다. 



24338 KITTEN
24522 LUVGRILFRIEND
'
20137 Vietnam Wall Memorial


마지막 라이터는 성조기만 아니었어도 정말 제법 진지하게 구입을 고려해봄직한 물건인데, 성조기 때문에 기분이 다 잡쳤다. 

그리고 담배 케이스를 찾다가는 이런 물건을 발견했는데...


확실히 기이한 세상이다. 혁명이 상품이 되고, 체 게바라를 개나 소나 팔아먹는 걸 보면. 특히 오른쪽 상품은 정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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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일기/잡담 2009/09/04 11:08

요즘 저녁 운동을 하는 중이다. 사실 운동이라기보다는 거의 강변 산책에 가깝기는 하지만 매일 두시간씩은 걸어다니니 운동은 운동일 터이다. 그냥 걷기는 영 심심하고 해서 음악을 듣고 있다. 대략 이삼일에 한번씩 새 음반을 추가하는데 그런 식으로 뷰렛, 이적, 언니네이발관, 루시드폴을 들었다. 이렇게 음악을 자주 듣는게 얼마만인지. 좋다.

어제 루시드폴을 넣으면서는 MP3의 용량이 꽉 차서 결국 딥퍼플을 지웠다. 오지은이나 나윤선까지 넣으려면 또 누군가를 빼거나 플레이어를 바꿔야 한다. (1기가가 이렇게 작은 용량이었다니.) 당연히 MP3를 새로 살 수는 없고, 개중에서 좀 오래 들은 편인 뷰렛을 빼야 하지 않을까 싶다.

폴라리스 랩소디에 보면 `젊은 남성은 때로 젊은 여성보다 매력적이다` 운운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평가를 받은 킬리 선장이 본디 가수라는 점은 시사적이다. 남자 가수는 때로 여자 가수보다 사랑스럽다. 요즘 듣는 가수 중에서는 이적이 딱 그런 케이스다. 이 젊은이는 중저음도 고음도 모두 사랑스럽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절제하면서도 사랑을 말할 줄 알고 20대에 대한 이미지를 나열하지 않아도 젊음에 대해 말할 줄 아는 가수가 대체 얼마나 될까. (내가 장기하를 싫어하는게 장기하가 이걸 못하기-혹은 안하기-때문이다. 그가 20대를 써먹는 방식은 차라리 너절하기까지 하다.) 은근한 가사를 소화해낼 줄 아는 가수라는 인상이 많이 든다. 좋은 멜로디보다는 좋은 가사가 더 오래 남는다는 걸 생각해보면 오래 오래 들을 만한 가수가 아닐까. 어서 신보가 나와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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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일기/잡담 2009/09/03 18:28
일전에 S씨와 식사를 하다가 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S씨가 평소 자신의 '나이듦'을 한탄하곤 하던 것을 못내 걸려하다가 한번 그 이유를 듣고자 일부러 물어본 말이었다. 그렇게 나이가 많은 편이라고 할 수 없는 S씨가 벌써부터 그런 걱정을 하는게 의아하기도 했거니와 이른 나이부터 벌써 조급증에 걸린게 아닌가 걱정되기도 했던 거다. (사실 조숙한 이들에게는 간간히 발견되는 증세이긴 하지만서도.)

그리 크게 걱정할 만한 이유는 없었다.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보통 사회진출이 2,3년쯤 빠르다 보니 자기 나이를 의식하는 것도 훨씬 빨라요' 쯤의 답변이 돌아왔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영 부족한 대답이었던 게 사실이다. 결국 그 뒤로도 며칠 정도는 한창 '애송이'로서의 특권을 누려도 모자랄 나이인 사람을 그렇게 조급하게 만들었던게 뭘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었더랬다.

이틀 전부터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사실은 내 쪽이 더 문제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 계기는 정말 우연히 찾아왔다. 새내기 공개 모집 준비 작업에 필요한 물품을 빌리러 총학생회실에 들렀다가, 현 총학생회장이 나와 같은 학번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총학생회장' 하면 늘 두세 학번 위의 선배를 생각하던 나로서는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공익질 때문에 광주에서 보낸 2년의 공백을 이렇게 깨닫기도 했고... 가만 생각해보건데 내 나이가 스물넷이니 학내에서만 따져보면 그렇게 적은 나이는 아니다. 일단 여자 동기들만 하더라도 거의 대부분 졸업하거나 졸업 예정 아닌가. 그런데도 나는 내가 나이든 축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왜?

가만 생각해보면 나는 이 나이들도록 내가 소속된 집단에서 '선배' 행세를 해본 적이 거의 없다. 고등학교 때야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잠시 후배들을 거느리기도 했지만 그렇게 대단찮은 것은 아니었고, 졸업 후에는 외려 선배들과 더 잘 어울렸다. 새내기 때야 말할 것도 없고, 2학년 이상 올라가서도 내가 주로 접했던 이들은 대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축이었다. 내가 몸담은 몇몇 집단마다 내 아래 기수들이 거의 없기도 했거니와 내가 후배들보단 선배들과 노는 것을 더 좋아하기도 했으니... 절정은 공익근무 차 광주에 내려갔을 때였다. 낮에는 30~50대의 공무원들과 일을 하고 저녁에는 20대 중반에서 30대 후반을 헤아리는 형/선생님들과 술잔을 나누곤 했으니... 그러고보니 거울에서도 나는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필진이지 않나. (사실 거울이 나이 따져가며 활동하는 공간은 아니고, 나 역시 평소에는 거의 신경도 쓴 적 없는데 이럴 때만 문득 생각이 든다) 가만 생각해보면 후배가 드문 정도를 넘어 거의 막둥이 취급을 받으며 살아온 것이 지난 4년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다.

결국 알고 보면 내 쪽이 걸맞잖을 정도로 어리게 굴어왔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P.S.

그러고보니 생각나는 일화. 현문연에서 활동하던 시절 새내기 여자 후배가 '연애 상담'을 부탁해온 적이 있었다. 사실 연애 상담이라고 말하기도 껄끄러운 사안이었는데, 그 내용이 40세 가까이 된 총각이 자신에게 대쉬해온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상당한 동안이라는 전제가 붙긴 했었지만.) 그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 대부분이 그 남자 미친거 아니냐며 수군거리는데, 그 중 한 형이 뜻밖의 말을 꺼냈다. 비록 그 남자의 나이가 40이 되었다곤 하나 다른 기혼자들처럼 결혼을 하고 아이를 기르며 살아온 것이 아닌 이상 그에게 40대의 가치관이나 정신구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가 그 나이까지 2,30대 청년처럼 살았고, 그 나이대의 경험을 쌓아왔다면 당연히 그 사고방식도 2,30대의 그것에 가까우리라는 것이 그 형의 분석이었다. 그 형의 분석은 비단 문제의 총각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리라. 인간의 나이는 다른 생물들의 그것과는 달리 단순히 살아온 시간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축적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측정되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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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일기/잡담 2009/08/18 21:19
자꾸 근황이라는 글만 쓰기가 뭐해서 '잡담'이라고 바꿨다. 물론 내용의 질은 별 차이가 없다.

-

편집장님이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를 보내주셨다. 동아리방에 있다가 택배물을 받았는데, 마침 옆에 알라 선배와 매미가 있었다. 무슨 책이냐고 묻길래 『오만과 편견』을 좀비물로 바꾼 소설이라고 했더니, 두 사람 모두 실성한 듯이 웃어댔다. (사실 『오만과 편견』을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이런 반응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알라형의 경우에는 "올해 들은 소식 중에 가장 어이 없는 일"이라고 평했을 정도. 두 사람이 조금 진정된 뒤에는 엘리자베스가 좀비 헌터로 나온다느니, 『시크릿』을 추천하는 만행을 저질렀던 오프라 윈프리가 또 추천질을 했다느니 하며 열심히 씹어대며 놀았다. 차라리 읽지도 않은 소설이라면 모를까 읽던 소설을 가지고 이렇게 씹어대긴 나도 처음인 듯.

...얼마 전에 교보문고에서 볼 때도 과연 내가 이 소설을 끝까지 다 볼 정도의 인내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과연 잘 될런지.

-

USB가 맛이 가버렸다. USB포트에 꽂아도 인식 자체를 못하는게 완전히 끝나버린 듯. 대부분은 있으나 없으나 상관 없는 자료들이긴 하지만 몇몇 개인 자료들은 정말 영영 소실되어버린 것들이라 참 난감하기 그지 없다. 예전에 R과 나눴던 어떤 대화 기록분도 그렇고,(사실 이건 대화라기보다는 독백이라 해야 옳지만) 엑셀로 정리했던 소장도서목록도 그렇다. 소장 도서량이 지금의 70%밖에 되지 않을 때에도 그걸 다 정리하는데 꽤 오래 걸렸었는데, 그걸 이제 어떻게 다시 작업해야 할지... 

-

지금은 아버지와 파주 문산에서 살고 있고, 학교까지 편도 2시간 반쯤 걸린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거리를 어떻게 통학하느냐"며 걱정해주곤 한다.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리기야 하고 교통비도 많이 들긴 하지만 그것 자체야 별 문제는 아니다. 차로 이동하는 시간이야 책을 보거나 글을 쓰면 되고(실제로 파주에서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내 독서량이 많이 늘었다) 교통비가 아무리 많이 든다 해봐야 내가 따로 살 때 들 집값만큼 들지는 않으니까.

정작 문제가 되는 건, 아버지와 같이 산다는 사실이다. 물론 아버지와 별다른 갈등이 있는 건 절대 아니지만, 아무리 늦어도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 은근히 신경쓰이기 마련이다. 6시만 되도 언제 들어오냐고 전화가 오니 좀 답답한 감도 있고. 이런 거 때문에라도 빨리 학교 주변에 집을 구하길 바라게 된다. 마침 주말에 어머니가 올라오시니 만나서 이야기 좀 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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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일기/잡담 2009/08/17 05:19

갑작스레, 요즘 내가 한 일 중에 제대로 된 일이라고는 위키 운영 정도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맙소사. 오, 맙소사. 그 사실을 떠올리기 전까지만 해도 요즘 내가 한 일 중 가장 비생산적인 짓이라고 생각했었는데.

-

정확한 출처는 기억나지 않는데, "『논어』를 읽고서 변한 것이 없으면 『논어』를 읽어 무에 쓸 것인가" 비슷한 말이 있다. 옳은 말이다. 그래도 요 2주 들어서 이래저래 읽은 책이 몇 권은 되는데 제대로 감상을 올리는 것은 하나도 없으니... 일단 『오만과 편견』부터 시작해야겠다.

-

모 웹진의 기사 필진 제의를 받고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기존에 거울에 있던 필진들의 블로그를 찾아가는 일이었다. 내 '동료'이자 '선배'가 될 사람들이 평소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글을 쓰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반쯤 스토커에 가까운, 멍청한 짓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얻은 주소가 십여 개. 그 블로그들을 눈팅한지가 반년이 다 되어간다.

그 결과 얻은 감상은...

다들 글을 참 편하게 쓰더라는 거다. 물론 블로그에서까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글을 쓰는 분들도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은 블로그를 그냥 일상의 공간으로 쓰고 있었다. 그래도 나름 '이 바닥'에서는 제법 알려진 분들이고, 방문객에 대한 부담도 나보다 몇 배는 더 할 텐데도 참으로 편하게, 부담 없이 휙휙 써대시더라는 거다. 잡담 하나를 써갈기려 해도 한참을 낑낑대다가 결국 '힘만 잔뜩 들어간' 글을 비실비실 써내던(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로서는 그 여유들이 무척이나 부러울 수밖에.

그러니 앞으로는 힘을 좀 빼려 한다.

-

사랑이라는게 뭘까요.

"그 사람을 받아들이는 거지요."

나를 포기해야 하는건 싫어요.

"아뇨.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을 버릴 필요는 없어요."

그러면...

"당신과 그 사람의 사이를 막는 벽을 허물고, 그 사람을 받아들일 공간을 만들어주세요. 당신을 더 넓히는 거에요."

그건...

"변화죠. 사랑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이에요, 아프씨."

-

언젠가 들었던 '조언'의 (조금 심한) 윤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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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지만

일기/잡담 2009/08/12 02:06

아침에 일어나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받쳐들고 길을 걷던 중 문득 가사 한 줄이 생각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몇 소절이나 더 부르다가, 한참만에야 그게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이라는게 떠올랐다. 그때까지 내가 부르던 건 김광석의 원곡이 아닌 김경호의 리메이크곡이었다는 것도. 잠시 피식했다가, 이내 김광석 버전으로 고쳐불렀다. 지금 내 처지에, 그냥 흘려 보내기에는 조금 아까운 가사이니까.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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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일기/잡담 2009/08/11 12:50
원래대로라면 이 글은 '2009년 08월 근황'이 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8월도 이미 열흘이 다 지난 상황에서 새로 근황 운운하며 8월 초의 일을 되짚는 일도 난감한 일... 무엇보다도 할머니 초상이 있었던 8월 초의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는 건 참 지난한 일이다. 그러니 아쉽긴 하지만 생략. 이번달은 그냥 이런 식으로 가고자 한다.

-

어제는 몸살에 고생을 했다. 요 며칠 사이 덥다고 에어컨을 마구 틀어댄게 원인이지 싶다. 그나마 집에 있을 때 아픈걸 느꼈더라면 종일 가만히 집에 있었을 텐데 신촌에 다 도착했을 때야 병세가 도지는 바람에 GG... 덕분에 계획했던 헌책방 순례도 일찍 끝내고 와야 했다. 어지간하면 버텨보겠는데 선풍기 바람만 쐬어도 입에서 "What the Hell!!"이 터져나오는 상황이었던지라 도무지 어찌 해볼 방도가 없었다.

그래도 학교에는 저녁까지 머물러 있었지만.

-

그래도 간밤에 군불을 떼서 땀을 뺀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무더위 한창인 철에 불떼고 잠자는 게 좀 무식해보이기는 해도, 몸살에는 역시 이게 최고다. 이상하게도 내 주변에서 이 방법으로 몸살 떨쳐낸 사람은 나뿐인듯 하지만.

-

요새는 정말 서점에서 살다시피하는 기분이다. 목요일에도 교보문고에서 『뉴라이트 사용후기』(한윤형), 『만들어진 현실』(박상훈), 『민중에서 시민으로』(최장집) 세 권을 들고 왔었는데, 어제도 교보문고에서  『오만과 편견』 두 종에 『절망의 구』를 들고 왔다. 『오만과 편견』 정도야 '일'과 관계된 책이니까 핑계가 충분하긴 하지만 나머지는, 음...  2학기 세미나 커리 준비 때문에 오늘도 교보문고 가봐야 할 텐데, 오늘은 그냥 얌전히 책만 보다 올 생각이다. 사실 이제는 쓸 돈도 충분치 않고.

-

개중 『절망의 구』에 대해서만 짧게 평하자면... 여태까지 읽은 김이환 소설 중에서도 가장 이질적이고 가장 기분나쁜 소설이었다. (재미가 없었다는 게 아니라, 그냥 기분나빴다는 말이다. 더러는 불쾌한 장면도 있었고) 참으로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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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수요일을 마지막으로 동아리 방중 세미나가 끝났다. (요걸 訪中 세미나로 알아듣는 사람도 있던데, 세미나다.) 군휴학 이후로 참으로 간만에 참여한 동아리 세미나였지만 썩 즐거운 자리는 아니었다. 텍스트는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였는데, 썩 재밌다 말할 책은 되질 못했다. 특히나 나를 난감케 했던 건 이 텍스트가 경제학사를 통해 썰을 풀어내는 책이었다는 점.

물론 세미나 교사인 알라형은 텍스트가 경제학을 소재로 삼은 것에 쫄지 말라고 거듭해서 말했지만 글쎄, 그거야 경제학 전공자라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실제로 비전공자인 나나 새내기들은 버벅거리면서 텍스트 내용을 쫓아가는데 급급해야 했다. 이 결과의 참상은 세미나 참가자들이 써온 발제만 보더라도 안다. 단순 내용 요약 - 이라도 있으면 다행이고 - 과 '어려워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말로 뒤범벅된 발제들... 뭐, 세미나 도중에 조는, 동아리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벌였던 내가 할 말은 아니다 싶긴 하지만.

이렇다 보니 토론인들 재미있게 되었을리가 없다. 참석자들이 교사에게 모르는 걸 묻고, 교사가 거기에 '답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 시간을 세미나라고 불러줄 수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물론 그런 식으로 진행되는 세미나도 있기야 하다. 그렇지만 이 동아리에서 진행되었던 - 적어도 그랬다고 내가 기억하는 - 세미나는 이런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4주간 우리가 진행했던 건 뭐라고 불러야 할까. 교사의 원맨쇼? (아니다 이건 너무 적대적이다) 과외수업? 

뭐 그렇다곤 해도 소득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덕분에 요즘 동아리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았고 요즘 세미나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도 알았다. 특히 내가 2학기 세미나 교사를 하게 된 상황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후자는 매우 중요하다. 덕분에 2학기 세미나 커리큘럼을 어떻게 짜야 하는지도 대강 감이 잡혔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일이 수월해진 것도 아니지만...

P.S.

다음주 수요일의 모임에는 2학기 세미나 커리를 들고 가기로 했다. 사실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는 대강 정했지만, 문제는 텍스트. 그 때문에 목요일에 교보문고에 들렀었지만 몇 번은 더 가봐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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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

일기/잡담 2009/08/05 10:15
도서관에서 대출했던 책들을 반납하려고 보니 『영혼의 빛』 1권이 보이질 않는다. 요새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일이 많아, 그 와중에 잃어버린게 아닌가 싶다. 책을 분실하면 무조건 같은 책을 가져오게 하는 학교에 다니면서 하필 절판 서적을 분실해버렸으니 이거 참... 몇몇 중고책 사이트를 알아보긴 했지만 결과가 신통치는 않다. 그나마 간혹 보이는 것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고.

언젠가 책을 반납하긴 해야 할 테니까 정 안되면 그 비싼 책이라도 사서 줘야 할 판국이다. 그야말로 대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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