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과 마르가리타』'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0/01/14 《거장과 마르가리타》(2005) (2)
  2. 2009/12/08 2009년에 읽은 책
  3. 2009/10/31 2009년 10월 근황 (3)
  4. 2009/10/27 『거장과 마르가리타』 번역본에 대한 잡설 (4)
  5. 2009/10/19 세상 사는 곳은 다 거기서 거기 (2)
  6. 2008/11/13 판작안 : 문학 ver. 08.10.27 (14)
예전에 학교에서 정품 DVD로 봤을 때는 대략 2화 분량까지밖에 보질 못하고 치워버린 작품이지만 이제 와서 보니 제법 볼만했다. 마감에 쫓기는 와중에 본 탓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봤던 정품 DVD보다 훨씬 화질이 좋기도 했고. 이상하게 자막이 나오질 않아서 러시아어판 그대로 봐야 했다. 물론 내용이야 다 아니까 가능했던 선택이다.

다 보고 나니 예전에 가했던 혹평이 지나치게 성급한 평가였지 싶다. 물론 볼란드역 배우에게서 활기가 느껴지지 않고 예슈아 역 배우가 지나치게 똘망똘망한 거야 여전한 감점 대상이다. 그 외의 다른 부분에서는 상당히 좋은 점수를 줄만한 드라마다. 특히 흑마술 공연 장면이나 거장의 회상, 악마의 대무도회 따위는 상당히 잘 만든 장면이다. 물론 러시아에서 제작된 작품인만큼 소품이나 특수 효과 등에서 다소 빈티가 흐르기는 한다. 베헤못이 나오는 장면에서 가끔 분장 아래의 사람 손이 보이기도 할 정도니까. 그렇지만 원작에 나오는 과격한 묘사들을 공중파에서 방영되는 드라마에서 그대로  재현해버린 골때리는 짓거리야 러시아가 아니고 어느 나라에서 하겠는가. 심지어 모자이크조차 없다. 과연 대륙의 기상이라고나 할까. 

찾아보니 유투브에 영어 자막으로 자료가 올라왔길래 대무도회 장면만 소개해보고자 한다. 첫 동영상에서는 1분 30초 뒤에야 대무도회가 시작된다.




원작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대목을 이 드라마에서 잘 살린 대목도 눈에 띈다. 이를테면 이 영화에서는 컬러와 흑백이 번갈아가며 쓰인다. 대체적으로는 흑백 장면이지만 볼란드 일당이 보여주는 환상이나 예르샬라임의 모습, 거장의 회상 장면 등에서는 한정적으로 컬러 장면으로 나온다. 코로비예프가 주민조합장 니카노르 이바노비치를 내쫓은 후 볼란드와 이야기하는 와중에 볼란드의 방만 컬러로 나오는 장면이나 거장이 마르가리타를 햇빛 속에 세워놓고 그녀를 감상하는 모습 등은 이 드라마의 소소한 명장면으로 꼽을만하다.

 


이 외에 배우들에 대한 품평이라면... 

거장역은 제법 잘 캐스팅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젊은 시절의 미하일 불가코프를 닮은 외양부터가 합격점을 줄만 하다. 마르가리타역은 미스 캐스팅. 예쁜게 죄다. 원작에서의 묘사를 따른다면 마르가리타는 주름살까지 생긴 초췌한 외모였다가 아자젤로의 크림을 바른 후 젊음을 되찾아야 하는데 불행히도 크림을 바르기 전의 흑백 장면에서 더 예쁘게 찍혔다. 

볼란드 일당은 코로비예프/파곳을 제외하고는 죄다 미스 캐스팅. 메피스토펠레스를 연상시키는 기운찬 악마여야 할 볼란드는 왠 힘없는 노인이 연기를 하고, 아자젤로는 깡마른 중년이 연기를 한게 무슨 《노스페라투》의 드라큘라 백작 같다. 헬라는... 허구헌날 벌거벗고 나오느라 마음 고생이 심했겠다.

예르샬라임에서는... 좀 더 멍청하고 초라한 인물이어야 할 예슈아 하-노츠리가 너무 똘망똘망한 인물로 나왔다. 요세프 카이파 대사장은 유대 민족주의자답게도 총독의 관저 내로 들어가길 거부하는 인물인데 어째서인지 이 드라마에서 빌라도 총독과의 대화는 관저 내에서 진행된다.

그 외에 인상 깊았던 점이라면 아마 경리부장 림스키인지를 맡았던 배우의 체중 감량 투혼(...). 처음 등장했을 때와 나중에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받을 때의 모습이 정말 판이하게 달라서 기겁했었다. 

여튼 결론은,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팬이라면 대략 볼만한 드라마라는 이야기. 그러나 러시아의 열악한 제작 상황은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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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이은 2009년에 읽은 책. 만화나 과제 도서는 제외했다.

사실 '2009년에 읽은 책'을 말하기엔 조금 이른 때이기야 하다. 내 독서 패턴 상 월 말쯤 되면 이왕의 목록에 못해도 7,8권쯤은 더 추가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한해 독서 현황을 정리한다는게 하루 이틀로 될 일도 아니고 하니 일단 공개부터 해서 기정사실화한 다음 차차 수정해나갈 생각이다.

예년과는 달리 각 작품에 대한 별도의 코멘트는 일일히 달지 않기로 했다. 대신 기왕에 이 블로그나 거울 웹진, 북시 위키 등에 썼던 해당 작품 관련 글들을 링크하고자 하니 해당 작품에 대한 내 코멘트가 궁금한 분들은 그 링크를 찾아보면 되겠다. 제목에 링크된 것은 블로그에 썼던 '서평'이고, 그 뒤에 괄호쳐진 '(북시)', '(거울)' 등의 링크들은 해당 공간에 썼던 글들을 지칭한다. '(잡글)'은 그 작품에 대해 이 블로그에 썼던 잡설을 이야기한다. 아예 따로 그 작품에 대해서 언급한 경우만 링크했고, '근황' 류의 글에 넣었던 코멘트는 링크하지 않았다.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경우처럼 여러 곳에서 언급했다가도 그 성과를 북시 위키 등으로 집약시킨 경우에는 '최종 버전'만을 소개했다. 

'올해의 베스트 5'는 현재로서는 다음과 같다. 제시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머나먼 바닷가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어슐러 K. 르귄 (황금가지,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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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캐넌의 세계(환상문학전집 5)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어슐러 K. 르귄 (황금가지,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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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속도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엘리자베스 문 (북스피어, 2007년)
상세보기
거장과 마르가리타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미하일 불가코프 (문학과지성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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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의 끝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아서 클라크 (시공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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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토)
  • 새벽에 북시 위키의 미디어위키 엔진을 업데이트하다가 위키 자료 자체를 모조리 날려먹는 사고를 내버렸다. 현재는 위키에 접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물론 FTP에는 로그인이 되지만 그 방면에는 일자무식인지라 접속이 된다 한들 방법이 없다. 딴에는 백업을 해놓는다고 해놨었지만 그마저도 먹히지 않는 걸 보면 애시당초 백업이 잘 되지 않았던 모양이고... 일단 호스팅 업체 측에 문의는 해놨지만 복구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리라고 생각한다. 1년 반 넘게 축적되었던 842건의 자료도 이대로 소실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물론 말이 840여 건이지 1문단 이상의 분량인 문서조차 대략 500여 건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항목 수 자체는 빠르게 회복되리라고 생각한다. 외부에서 가져온 자료나 반대로 외부에 뿌린 자료도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문제는 직접 모으거나 번역했던 자료들. 이 역시 대부분은 원본을 남겨두지 않은지라 예전에 했던 작업을 모조리 반복해야 한다. 생각만으로도 입에서 쓴물이 날 지경이다. 뭐 딴에는 이번 사건으로 좋은 교훈을 얻은 셈이기야 한데...
     
  • 아침에 본 '네이트 오늘의 운세'가 결국 나를 웃겼다.
     
    꼼꼼하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 날이다. 대충대충 처리한 일이 뒷날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겠다. 하나하나 따져보고 살펴보고 깊게 생각하라. 직접 만나 처리하는 것보다 전화통화로 처리한 일이 더 쉽게 끝날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 일을 진행하면 좋을지, 정확하게 따져보고 판단하여 행동하길 바란다.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어렵고 힘들게 할 필요는 없다. 금전적인 지출이 있다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한 대가라고 생각하고 너무 아까워하지 말라. 헛되게 썼다고 생각하고 아까워한 돈이 언젠가 쓸모 있게, 더 많은 이득을 부를 수 있다. 쓸 때는 기분 좋게 쓰자.
     
    공짜로 보는 운세 치고는 쓸데 없을 정도로 정확하다! 그리고 늦어!

10월 26~30일

10월 21~25일

10월 16~20일

10월 11~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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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레 '2009년 10월 근황'에 넣으려다가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밖에 뺀 이야기-.

홍대화의 열린책들판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끼워넣었다. 번역서 본문을 비교하는 대목부터 읽으면 된다.




내가 가장 먼저 접한 『거장과 마르가리타』 판본은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박형규 씨의 번역본이었다. 이 판본에 대해서는 읽기 전부터도 여러 곳에서 많이 들었다. 역자 박형규 씨는 과거 1982년부터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번역하여 출간했던 사람이다 운운. 이 번역본이 여러 출판사를 거쳐 1992년에 삼성출판사에서 출간된 것을 마지막으로 거의 14년간은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새 번역본이 없다가 2005년에 러시아에서 나온 드라마가 그야말로 대박을 치는 바람에 이 드라마가 한국에 수입되는 시점에 즈음하여 문예출판사에서 재출간되게 되었다 운운. 거개는 벌거지님을 통해 접했던 정보들이다.

가장 최근에 들었던 정보 중에는 이 번역본이 사실은 저작권 관련 사항조차 불명확한 일어 중역본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 이야기 관련해서는 내 기억이 불확실하니 넘기도록 하고... 중역본들이 대개 그렇듯 매끄럽게 읽히는데 치중한 번역본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사실 이 판본으로 읽을 때만 하더라도 그게 무슨 소린가 했었는데, 불가코프 전공자가 작업한 다른 번역본들을 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확실히 그렇게 충실하다고는 보기 어려운 번역본이다. 2권 말미에 들어간 벌거지님의 서평은 꽤 훌륭했지만 번역에 들어간 정성 자체가 이리 부실해서야.

그 뒤에 접한 판본은 문학과지성사에서 대산세계문학총서로 나온 김혜란의 번역본, 그리고 열린책들에서 나온 홍대화의 번역본. 뒤의 두 판본은 이전에 나온 문예출판사 판에 비하면 정말 정성스럽게 제작된 판본이라 그저 감탄하면서 볼 뿐이다. 요 며칠간 나도 해외의 불가코프 팬 사이트를 뒤지며 나름 공부를 하긴 했다지만 이 두 사람의 번역서에 달린 주석들은 상당 부분 나로서도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그것도 작품 이해에는 거의 필수적인 주석들이어서, 문예출판사 판만 봤다면 정말 큰일날 뻔했다.

이를테면 2장에서 예슈아 하-노츠리가 유다 이스카리옷과의 인연을 설명하는 부분을 보자.

 박형규 역(45~46p, 1권)  김혜란 역(44~45p)  홍대화(49~50p, 上권)
  "그럼," 총독이 말했다. "이 질문에 대답해봐라. 가리옷 사람 유다를 아느냐? 그와 얘기한 적이 있다면, 케사르에 대하여 그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
  "있습니다." 죄수가 주저 없이 대답했다. "그저께 저녁 저는 성전 근처 가리옷 마을에서 온 유다라는 젊은이를 만났습니다. 그 사람이 저를 집으로 초대하여 저녁 식사를 같이했습니다."
  "그는 선량한 사람인가?" 빌라도가 묘한 눈빛을 띄고 물었다.
 "매우 선량하며, 배우려는 열의가 대단한 사람입니다." 죄수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는 저의 사상에 커다란 관심을 나타냈으며 즐거이 저를 환영했습니다."
 "촛불까지 켜고……." 빌라도가 이를 악문 채로 죄수에게 말했다. 그의 눈이 번득였다.
  "예." 예슈아는 총독이 그토록 소상한 것까지 잘 알고 있는 데 놀라면서 말했다." 그는 저에게 정부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는 그 문제에 대단히 관심이 많더군요."
  "그래서 너는 무슨 말을 했느냐?" 빌라도가 물었다. 
 "아니면 무슨 얘기를 했는지 잊어버렸다고 대답하려느냐?" 그러나 이미 빌라도의 목소리에는 체념한 듯한 기분이 나타났다. 
  "그럼," 그가 말했다. "이 질문에 대답해봐라. 너는 키리아트에서 온 유다라는 자를 알고 있느냐, 그리고 그자에게, 그러니까 만일 말을 했다면, 카이사르에 대한 무슨 말인가를 했느냐?"
 "그 일은 이렇게 된 것입니다." 죄수는 기다렸다는 듯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엊그제 저녁 성전 옆에서 키리아트 시에서 온 유다라는 젊은이를 만났습니다. 그는 도시 남쪽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저를 초대하여 대접해주었습니다……."
 "그자도 선량한 사람이었겠지?" 빌라도가 물었다. 그의 눈에 불꽃이 타오르듯이  이글거렸다.
 "무척 선량하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죄수가 대답했다. "그는 제 생각에 아주 큰 관심을 보였고, 매우 정성스럽게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작은 불꽃들도 켜두었고……." 빌라도는 거의 입을 벌리지 않고 죄수와 같은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그때 그의 두 눈이 희미하게 반짝거렸다.
 "그렇습니다." 예슈아는 총독이 그 사실을 벌써 알고 있다는 것에 다소 놀라며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국가 권력에 대한 제 생각을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는 그 문제에 무척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뭐라고 했나?" 빌라도가 물었다. "아니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할 텐가?" 빌라도의 어조에는 이미 절망이 담겨 있었다.
  「그러니 대답해라.」 그는 말했다. 「너는 기리앗 출신의 유다38라는 자를 아느냐? 말한 적이 있다면, 네가 카이사르에 대해 한 말은 참으로 어떠한 것이냐?」
 「일은 이렇게 된 것입니다.」 죄수는 기꺼이 말하기 시작했다.
 「그저께 저녁 나는 기리앗 출신의 유다라고 하는 한 젊은이를 성전 옆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나를 도시 아래쪽에 있는 자기 집으로 초대해서 대접했지요…….」
 「그는 선한 사람이냐?」 빌라도가 물었다. 그의 눈빛에서 악마 같은 불꽃이 튀었다.
 「아주 선량하고 상냥한 사람이지요.」 죄수는 맞장구를 쳤다. 「그는 나의 생각에 큰 관심을 보이고, 나를 아주 정성스럽게 맞이했습니다…….」
 「등불을 밝혔겠지…….」39 빌라도는 이를 악물고 죄수의 톤에 맞추어 말했다. 이때 그의 눈에서 빛이 번쩍였다.
 「그렇습니다.」 총독이 그것을 안다는 사실에 조금은 놀라면서 예슈아가 말을 이었다. 「나에게 국가 권력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말해 달라고 했어요 그는 그 문제에 지극한 관심을 보였지요.」
 「그래서 넌 뭐라고 대답했느냐?」 빌라도가 물었다.
 「혹은 네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잊어버렸다고 하려느냐?」 그러나 이미 빌라도의 말투에는 기대감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촛불', 혹은 '불꽃'에 대한 묘사이다. 사실 이 부분은 다소 생뚱맞게 삽입된 부분이다.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던 총독이 대체 어떻게 그 자리에서 불을 켰다는 사실을 짐작한단 말인가? 별다른 주석을 제시하지 않는 박형규 역에서는 이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만, 김혜란 역과 홍대화 역에서는 미주와 각주를 통해 이렇게 설명한다.

『탈무드』에 따르면, 유대의 율법은 누군가 종교의 순수성을 더럽히는 '유혹'의 죄로 고소된 경우, 두 증인으로 하여금 벽 뒤에서 숨어 지켜보게 하고, 그 옆방에 피고인을 들어가게 하여, 피고인이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증인들이 그의 말을 듣게 했다. 그리고 이 때 피고인 곁에는 촛불 두 개를 켜두어, 증인들이 피고인의 얼굴을 분명히 알아보도록 했다. (김혜란, 619p)

로마법에 따르면 숨겨 놓은 증인들이 범인의 얼굴을 볼 수 있도록 등불을 밝히게 되어 있었다고 한다. (홍대화, 상권 50p)

유다가 예수를 초대하면서 촛불을 켰다는 사실은 결국 이 때 이미 유다가 예슈아 하-노츠리(곧 예수)를 팔아넘기고자 했다는 뜻이고, 본디오 빌라도가 이에 대해 먼저 언급했다는 건 그러한 사실을 본디오 빌라도가 알아차렸다는 것을 뜻한다. 주석이 없는 다른 판본에서는, 본인이 이에 대한 배경지식을 갖추지 않은 이상 절대 알아차릴 수 없는 대목이다.

기실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저자 자신이 살았던 당대, 스탈린 정권 치하의 러시아에 대한 풍자 소설일 뿐만 아니라 성경, 중세 파우스트 전설 등 숱한 배경지식들이 녹아난 소설이기도 하다. 결국 작품들이 품고 있는 맥락들을 집어내지 못한다면 작품의 가치를 온전히 느끼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러한 충실한 주석이 곁들여진 번역본들의 가치가 단연 높을 수밖에 없다.

남은 문제라면 기왕에 나온 두 주석본 중 어떤 책의 주석이 더 탁월하느냐의 여부가 되겠는데... 사실 가리기가 쉽지 않다. 인용한 구절에서는 김혜란 역의 주석이 훨씬 상세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홍대화 역에서 훨씬 상세하거나, 아예 홍대화 역에만 실린 주석도 적지 않다. 정말 재미있는 건, 두 번역본 모두 같은 원서와 같은 주석서를 참고하여 주석을 달았다는 점이다. (1990년에 출간된 불가코프 전집과 2007년에 출간된 벨로브롭체바의 주석서) 일단 쉽게 확인 가능한 차이라면 문학과지성사판은 주석을 미주로 달아 죄다 책 뒤로 밀어냈고, 열린책들판은 각주로 달아 그 때 그 때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는 점 정도.

물론 열린책들에서 나오는 러시아문학 특유의 독자적인(?) 인명 표기는 좀 더 생각을 해야 할 부분이고...

결국 문예출판사의 번역본을 까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는데, 사실 그 번역본도 나름 번역사에서 의미가 없지는 않다. 일단 2006년에 이 번역본이 재간되고 나서 최근 들어 갑자기 문학과지성사판이니 열린책들판이니 하는게 번역되기 시작했고, 모 출판사에도 번역 원고가 넘어갔다고는 하니 말이다. 번역 자체의 수준이야 어떻든 불가코프 번역 붐(?)을 일으킨 공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할까? 그렇다곤 해도 문예출판사의 번역본만 보겠다고 하면 썩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또, 아직 출간되지는 않았지만 모 출판사에도 2007년에 번역 원고가 넘어갔다고 들었다. 언제 나올지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번역자 분이 소설가로서는 내 나름 주목하는 분이기도 해서 제법 궁금하게 생각하는 중이다. 원고가 2007년에 넘어갔다 하니 문학과지성사나 열린책들에서 나온 원고보다는 주석이 상세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뭐 모 출판사에서 현직 교수인 이상섭 씨가 번역한 『아서 왕의 죽음』조차 2005년에 원고를 받아놓고서는 올해 말에 낸다니 만다니 하는 상황이라는 걸 감안하면 과연 언제 나올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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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하릴 없이 위키피디아를 떠돌다가 발견한 가십.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작가인 미하일 불가코프와 관련된 이야기다. 사실은 판갤에 '개독교' 관련 떡밥이 나돌길래 올렸던 자료인데, 북시 위키에도 올려볼 요량으로 겸사겸사 썼으니 블로그에도 저장 차원에서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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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러시아 최고의 환상 소설가라는 평가까지 받는 미하일 불가코프는 사실 페레스트로이카로 인해 소련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전까지만 해도 소련 내에서 거의 금기시되는 작가였다. 이는 그가 소련 체제에 대한 강렬한 풍자를 담은 작품들을 워낙에 많이 썼던 까닭인데,  오늘날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거장과 마르가리타』도 예외는 아니다. 모스크바 시내에 악마가 출현하여 온갖 소동을 일으킨다는 내용의 이 작품은 사실 소련 체제에 대한 풍자만이 아니라, 당시 소련 문단에 만연한 리얼리즘 중시 풍조 때문에라도 악평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루마니아에서도 챠우세스쿠 정권 초기에 『드라큘라』가 허무맹랑한 작품으로 낙인찍혀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물론 『드라큘라』가 훌륭한 돈벌이 수단이라는 게 밝혀진 뒤에는 독재 정권의 태도도 달라졌지만.)

어쨌든 시대가 달라진 뒤의 러시아에서는 『거장과 마르가리타』가 그야말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이에 원작자 미하일 불가코프가 살았던 아파트가 일종의 성지로 떠올랐다. (이 아파트는 작중 악마, 볼란드가 머물렀던 집의 모델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곳을 성지로 여긴 집단이 팬들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모스크바에 소재한 악마주의 단체의 관심도 모았고, 결국 원래 예술가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고급 아파트였던 미하일 불가코프의 집은 미하일 불가코프의 팬들과 '사탄주의자'들이 매일 같이 몰려와 분탕질을 쳐대기에 이르렀다. 결국 2003년에 완전히 씻어내고 하얀색으로 다시 도색하긴 했지만, 그들이 벽에다 하도 낙서와 그래피티, 그림 따위를 남기는 바람에 몇 번이나 페인트칠을 해야 했다고 한다. 

이대로는 좀 곤란했기 때문에 같은 아파트의 주민들은 아예 불가코프의 집을 정식 박물관으로 개장하길 원했고, 불가코프의 팬들도 90년대 초반부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재단을 만들어 자금을 모았다. 문제는 건물주와의 협상이 영 시원찮았다는 점이었다. 협상이 지지부진하던 와중에 전혀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다. 2006년 12월 22일, 인근 주민인 알렉산더 모로조프라는 주민이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사탄의 프로파간다가 분명하다며 이 집에 테러를 가했던 것이다. (위키피디아에는 vandalize라고 표현) 이 사건이 협상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2007년 4월 결국 이 집을 토대로 공식적인 미하일 불가코프 박물관이 개설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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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 불가코프 팬 사이트에서 찾아낸 미하일 불가코프 박물관 (모스크바)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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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어떤 분에게서 들은 썰을 풀어보자면...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판권 상태는 약간 이상한 형국이다. 원작자인 미하일 불가코프가 1940년대에 사망한 후 이 소설의 판권은 미하일 불가코프의 세번째 부인(여주인공 마르가리타의 모델)이 소유해왔다. 66년에 출간된 복간본도 이 부인의 감수본인데, 문제는 이 부인이 사망한 뒤인 1995년에 이 작품의 영화판이 제작되면서부터였다. 영화가 개봉되고 나자 갑자기 이 부인의 먼 친척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 영화 감독과 제작사에 저작권료를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그를 저작권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가리기 위해 소송까지 벌어졌는데, 결국 재판부에서는 문제의 사람에게 손을 들어주었고, 결국 현재의 저작권은 원작자가 생전에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사람에게 넘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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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을 풀다 보니 러시아 여행도 한번쯤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ㅈㅇ님 말씀으로는 어딜 가나 수도는 인심이 훨씬 각박하기 마련이라고 하시지만 미하일 불가코프의 공식 박물관은 모스크바에 있으니. 키예프의 생가에 박물관이 하나 더 있다고는 하나 볼란드가 살았던 집의 모델이라는 곳이 따로 존재하는 바에야 다른 박물관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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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0. 서문
1. 문학
2. 역사
3. 종교·신화
4. 군사
5. 문장
6. 웹사이트
7. 기타·대기

본래대로라면 본 안내서에서 문학 챕터를 개설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본디 작가에게 있어 명작이란, 장르를 불문하고 좋은 자양분이 되어주는 것이니까. 그런 의미에서의 명작을 원하는 것이라면 본 안내서보다 훨씬 적합한 곳에서 추천 받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러므로 본 안내서에서는 판타지적 상상력의 원형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는 - 따라서 특히 판타지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유의미하게 읽힐 - 작품들 일부만을 싣는 것으로 만족하고자 한다.


※ 색깔있는 항목은 클릭시 '북시' 위키의 해당 항목으로 날아감. 게시물 주소는 

http://booksea.pe.kr/index.php/판작안

[편집]1.1 에픽 서사시

서사시는 인류사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그렇기에 후대의 작가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문학 장르이다. 『파우스트』나 『신곡』과 같은 수많은 고전들은 그 밑바탕이 된 신화와 서사시들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거니와, 특히나 판타지 장르는 유독 서사시들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가령 신화상의 인물과 전승, 아이템 따위를 차용하는 경우는 셀 수도 없을 지경이다.

[편집]1.2 아서왕 전설

오늘날 아서왕 전설은 동양의 삼국지와 함께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동양에서 삼국지가 다양한 변형과 재창작을 통해 동양 문학사에 깊은 영향을 끼쳐 왔듯, 아서왕 전설 또한 무수한 모습으로 서양문학사에 다양한 족적을 남겨 왔다. 하다못해 기사도 문학만 하더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 아서왕 전설의 존재가 아니었다면 그리 보편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며, 오늘날 판타지 문학에서의 '기사'라는 존재도 지금과 같은 품격을 지니지는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아서왕 전설의 전통은 서양 뿐만 아니라 우리네의 전통이기도 한 것이다.

[편집]1.3 기사도 문학

[편집]1.4 중국·인도 전설

[편집]1.5 신화·전설·서사시를 차용·변형한 작품들

이들은 오랜 구전문학 전통의 계승자들이라 할 수 있다. 인류사 초기의 걸작들이 남긴 유무형의 유산들은 이들 작품들에 녹아들어 또다른 걸작들을 탄생시켰다.

[편집]1.6 호러픽 판타지

[편집]1.7 이세계와의 조우

[편집]1.8 톨킨 판타지

[편집]1.9 에픽 판타지

[편집]1.10 가상세계 건설(유토피아 문학)

[편집]1.11 가상세계 건설(디스토피아 문학)

[편집]1.12 동물 판타지

[편집]1.13 풍자문학

[편집]1.14 앤솔러지(한국)

※ 앤솔러지 항목 참조.

[편집]1.15 미분류

아직 분류를 끝내지 못한 작품들. 적당한 카테고리가 있다면 옮겨주길 바랍니다.

[편집]1.16 참고 자료

본 항목을 작성하는데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도움이 되었던 자료, 혹은 게시물의 목록. 각 항목의 세부 사항을 채우는데 도움받은 자료들은 각 항목에 별도로 게재했고, 초기에 참고한 자료들의 경우는 간혹 제외된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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