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학교에서 정품 DVD로 봤을 때는 대략 2화 분량까지밖에 보질 못하고 치워버린 작품이지만 이제 와서 보니 제법 볼만했다. 마감에 쫓기는 와중에 본 탓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봤던 정품 DVD보다 훨씬 화질이 좋기도 했고. 이상하게 자막이 나오질 않아서 러시아어판 그대로 봐야 했다. 물론 내용이야 다 아니까 가능했던 선택이다.
다 보고 나니 예전에 가했던 혹평이 지나치게 성급한 평가였지 싶다. 물론 볼란드역 배우에게서 활기가 느껴지지 않고 예슈아 역 배우가 지나치게 똘망똘망한 거야 여전한 감점 대상이다. 그 외의 다른 부분에서는 상당히 좋은 점수를 줄만한 드라마다. 특히 흑마술 공연 장면이나 거장의 회상, 악마의 대무도회 따위는 상당히 잘 만든 장면이다. 물론 러시아에서 제작된 작품인만큼 소품이나 특수 효과 등에서 다소 빈티가 흐르기는 한다. 베헤못이 나오는 장면에서 가끔 분장 아래의 사람 손이 보이기도 할 정도니까. 그렇지만 원작에 나오는 과격한 묘사들을 공중파에서 방영되는 드라마에서 그대로 재현해버린 골때리는 짓거리야 러시아가 아니고 어느 나라에서 하겠는가. 심지어 모자이크조차 없다. 과연 대륙의 기상이라고나 할까.
찾아보니 유투브에 영어 자막으로 자료가 올라왔길래 대무도회 장면만 소개해보고자 한다. 첫 동영상에서는 1분 30초 뒤에야 대무도회가 시작된다.
원작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대목을 이 드라마에서 잘 살린 대목도 눈에 띈다. 이를테면 이 영화에서는 컬러와 흑백이 번갈아가며 쓰인다. 대체적으로는 흑백 장면이지만 볼란드 일당이 보여주는 환상이나 예르샬라임의 모습, 거장의 회상 장면 등에서는 한정적으로 컬러 장면으로 나온다. 코로비예프가 주민조합장 니카노르 이바노비치를 내쫓은 후 볼란드와 이야기하는 와중에 볼란드의 방만 컬러로 나오는 장면이나 거장이 마르가리타를 햇빛 속에 세워놓고 그녀를 감상하는 모습 등은 이 드라마의 소소한 명장면으로 꼽을만하다.
이 외에 배우들에 대한 품평이라면...
거장역은 제법 잘 캐스팅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젊은 시절의 미하일 불가코프를 닮은 외양부터가 합격점을 줄만 하다. 마르가리타역은 미스 캐스팅. 예쁜게 죄다. 원작에서의 묘사를 따른다면 마르가리타는 주름살까지 생긴 초췌한 외모였다가 아자젤로의 크림을 바른 후 젊음을 되찾아야 하는데 불행히도 크림을 바르기 전의 흑백 장면에서 더 예쁘게 찍혔다.
볼란드 일당은 코로비예프/파곳을 제외하고는 죄다 미스 캐스팅. 메피스토펠레스를 연상시키는 기운찬 악마여야 할 볼란드는 왠 힘없는 노인이 연기를 하고, 아자젤로는 깡마른 중년이 연기를 한게 무슨 《노스페라투》의 드라큘라 백작 같다. 헬라는... 허구헌날 벌거벗고 나오느라 마음 고생이 심했겠다.
예르샬라임에서는... 좀 더 멍청하고 초라한 인물이어야 할 예슈아 하-노츠리가 너무 똘망똘망한 인물로 나왔다. 요세프 카이파 대사장은 유대 민족주의자답게도 총독의 관저 내로 들어가길 거부하는 인물인데 어째서인지 이 드라마에서 빌라도 총독과의 대화는 관저 내에서 진행된다.
그 외에 인상 깊았던 점이라면 아마 경리부장 림스키인지를 맡았던 배우의 체중 감량 투혼(...). 처음 등장했을 때와 나중에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받을 때의 모습이 정말 판이하게 달라서 기겁했었다.
여튼 결론은,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팬이라면 대략 볼만한 드라마라는 이야기. 그러나 러시아의 열악한 제작 상황은 감안해야 한다.
'영화/음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판타스틱스》 (0) | 2010/02/13 |
|---|---|
| 《거장과 마르가리타》(2005) (2) | 2010/01/14 |
| 《전우치》 (4) | 2010/01/10 |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