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12/08 2009년에 읽은 책
  2. 2009/07/12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에 이은 2009년에 읽은 책. 만화나 과제 도서는 제외했다.

사실 '2009년에 읽은 책'을 말하기엔 조금 이른 때이기야 하다. 내 독서 패턴 상 월 말쯤 되면 이왕의 목록에 못해도 7,8권쯤은 더 추가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한해 독서 현황을 정리한다는게 하루 이틀로 될 일도 아니고 하니 일단 공개부터 해서 기정사실화한 다음 차차 수정해나갈 생각이다.

예년과는 달리 각 작품에 대한 별도의 코멘트는 일일히 달지 않기로 했다. 대신 기왕에 이 블로그나 거울 웹진, 북시 위키 등에 썼던 해당 작품 관련 글들을 링크하고자 하니 해당 작품에 대한 내 코멘트가 궁금한 분들은 그 링크를 찾아보면 되겠다. 제목에 링크된 것은 블로그에 썼던 '서평'이고, 그 뒤에 괄호쳐진 '(북시)', '(거울)' 등의 링크들은 해당 공간에 썼던 글들을 지칭한다. '(잡글)'은 그 작품에 대해 이 블로그에 썼던 잡설을 이야기한다. 아예 따로 그 작품에 대해서 언급한 경우만 링크했고, '근황' 류의 글에 넣었던 코멘트는 링크하지 않았다.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경우처럼 여러 곳에서 언급했다가도 그 성과를 북시 위키 등으로 집약시킨 경우에는 '최종 버전'만을 소개했다. 

'올해의 베스트 5'는 현재로서는 다음과 같다. 제시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머나먼 바닷가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어슐러 K. 르귄 (황금가지,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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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캐넌의 세계(환상문학전집 5)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어슐러 K. 르귄 (황금가지,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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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속도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엘리자베스 문 (북스피어,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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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과 마르가리타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미하일 불가코프 (문학과지성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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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의 끝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아서 클라크 (시공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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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도원 『유학과의 짧은 만남』문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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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자체는 6월 말에 받았으면서도 하필 학교 도서관 정비 기간이 오는 바람에 조금 늦게 읽었던 작품. 간만에 많이 웃으며 읽었던 소설이기도 하다.

처음 들을 때는 예전에 읽었던 『처절한 정원』류의 전후 소설일 거라고 생각했다. 2차 세계 대전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 전쟁 후 '살아남은 자들의 상처'에 대해 조명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소설일 거라 여겼던 거다. (그래서 추천해주신 분께 그 소설도 읽어보시라 권해드렸었다) 하지만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이 전쟁을 다루는 방식은 『처절한 정원』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처절한 정원』이 주목하는게 '남은 자'들이 지고 간 상처의 정체였다면,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은 그들이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에 더 많은 초점을 두었다고 해야 할까. 

해서 이 소설을 평범한 전후 소설이라고 말해버리기엔 좀 그렇다. 어떻게 본다면 이 소설의 중심 소재는 '2차 세계 대전'이 아니라 '독서' 그 자체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문학을 통해 인간성을 지켜나갔고, 지켜나가려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전쟁 전까지만 해도 책에는 전혀 관심 없던 사람들이 독일군 점령 치하에서 찰스 램을 읽고, 셰익스피어를 읽으며 인간성을 유지하려 애썼다는 내용을 보면서 문학의 힘 외에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문학회에서 무수한 책을 읽으면서도 독일 작가들의 이름은 끝끝내 읽지 않는 이 기묘한 '저항'까지 포함해서.

문학애호가들은 비단 건지 섬의 주민들만이 아니다. 기실 이 소설에 나오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학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인다. 가령 주인공 줄리엣이 직원에게서 비밀을 캐낼 때는 한 손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든 채 위협하고 심지어 비열한 악당조차도 직접적인 욕설 대신 "혹시 오스카 와일드 같은 취미라도?"같은 세련된 야유를 택하지 않는가 말이다. 이처럼 고전 문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웃을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바꿔 말하자면 문학에 취미가 없는 한 별로 관심가질만한 소설이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 많은 작가들 중에서도 찰스 램, 브론테 자매, 오스카 와일드가 유독 자주 등장하는 걸 보면 저자인 매리 앤 셰퍼가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인지도 대강 짐작해볼만 하다. 미국인 작가가 영국 작가들에게 그리 많은 애착을 보이고 또 영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썼다는 게 신기하긴 하지만. (하기사 미국을 배경으로 2차 대전에 관한 소설을 쓴다는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P.S.

두번째 문단을 쓸 때 생각났던 대목. 유럽에서 집필된 전후소설에는 유독 '전쟁 중에도 인간으로서의 긍지를 잃지 않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유독 많다. 이 소설에서만도 그런 인물들이 수두룩. 한국의 전후 소설에서는 대부분 전쟁 생존자들을 구질구질한 전쟁의 피해자 정도로 그리려는데 만족하는 것과 비교한다면 좀 재미있는 대목이다. 그네들의 2차 세계 대전보다 우리네의 한국전쟁이 더 처절했던 것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2차 세계 대전은 기본적으로 국가간의 전쟁이었고, 스페인 정도를 제외한다면 '동족 상잔의 비극'을 겪은 나라는 많지 않으니까. 이념 구도에 따라 같은 동네 사람들끼리도 살육 잔치를 벌여야했던 우리네의 실정을 감안하면, 유럽 같은 '깔끔한' 전후 소설을 기대하는게 무리일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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