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월 31일(일)
- 국문과 복수전공 신청이 성공했다. 학점이 워낙 낮아서 거의 성공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던게 된 셈이니 분명 좋아할 일이건만.
- 동아리 합숙 회의가 열렸다. 상당한 충돌을 각오했었지만, 막상 회의에 들어가보니 뜻밖에도 순탄하게 흘러갔다. 합숙은 파토. 예상했던 부분이다. 문제는 그 다음. 합숙 파토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게 문제다.
01월 26~30일
01월 30일(토)
- 이번달 거울에 보내려고 했던 원고는 결국 완성하지 못했다. 합평회에 가져갔던 초고를 내도 되었겠지만, 차마 그 상태의 글을 내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글을 제대로 완성하기에는, 잡생각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비평행위에 대한 고민은 잡상만 키우고, 행동으로는 아무것도 드러내질 못한다.
01월 29일(금)
- 『드림 마스터』, 『어둠의 왼손』『원더 월드』(그린북/레드북), 『집행인의 귀향』 구입. 젤라즈니 책 두 권을 사면 주는 적립금 5천원이 탐나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 두 책의 리뷰를 쓰면 『당신 인생의 이야기』의 테드 창 싸인본을 준다는데, 그거야 별로 안 반갑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야 이미 산 책인데 한 권 더 사서 뭐하게. 싸인 들어간 책이 안들어간 책보다 더 재밌다면 모를까. 그런데 『바쿠만』 4권은 왜 주문서 목록에 있는지 모르겠다. 3권 안사놔서 이건 와봐야 읽지도 못하는데.
- 동아리에서 세미나를 했다. 워낙 심하게 지각을 하고, 그나마 중간에 박상환 선생님의 호출 때문에 빠져나갔다 와야 해서 거의 참여는 못했다. 덕분에 내가 뻘소리는 덜했으니 저번 세미나보단 나았지 싶다. 뒷풀이는 퍽 만족. M이 그렇게 편하게 동아리 사람들이랑 술을 걸친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01월 28일(목)
- 새벽에 인도 영화 《신이 맺어준 인연》을 생각했다. 아니, 정확히는 ida님이 그 영화를 본 뒤 블로그에 옮기셨던 대사를 떠올렸다. 《이토록 뜨거운 순간》에도 비슷한 대사가 나오긴 하지만 이 정도의 깊이는 없다. 신에 대한 관념이 남다른 인도에서 만들어진 영화다운 대사다. 물론 내가 접한 구절은 ida님 스타일로 각색된 문장이겠지만.
나는 당신의 안에서 신을 보았다. 사람은 버릴 수 있지만 어떻게 신을 떠나는가. 내가 어딜 가든 신은 나를 따라다닐 것이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당신의 안에 신이 있으니 그 신에게 기도하면 위안이 된다. 나는 사랑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당신이 친구들 앞에서 내 체면을 치러준 것, 그것이 내겐 사랑이다.
01월 27일(수)
- 아침에 꿈을 꾸었다. 며칠 전에 짤막하게 썼던 영화평을 오해한 이가 내게 화를 내는 꿈이었다. 당황해서 해명하려 했지만, 제대로 말을 꺼내기도 전에 꿈이 끝나버렸다. 잠에서 깬 뒤에도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꿈이 아닌 현실에서도 충분히 그런 오해를 살 수 있겠지 싶었다. 다시는 꾸고 싶지 않은 꿈이었다.
01월 26일(화)
- 종일 핸드폰 게임이나 하며 놀았다. 놀다가 고등학교 동창인 M이 전과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대학에 들어갈 때부터 경제학부로 적을 옮기겠다는 이야기를 하더니 결국 성공한 모양이다. 차마 요구하진 못해도 그가 계속해서 인문대에 남기를 바랐던 나로서는 못내 아쉽다. 그러나 그의 성과에는 축하를 보낸다. 입학한지 5년 만에 바란 성과이니 기쁘지 않을까.
01월 21~25일
01월 25일(월)
- 전날 예정했던대로 소래포구에 다녀왔다. 당일치기 여행이었으나 저번에 갔을 때(1월 7일)만큼 고생하진 않았다. 회도 여전히 맛있었고. 무엇보다 둘리가 만족스러워해서 다행이다.
- 돌아오던 중 영풍문고에 들러 『바쿠만』 1,2권과 『치키타 구구』 1권을 사왔다. 『바쿠만』은 과연 만화가 교육용 교재로서 괜찮은 만화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 되도 않는 로맨스는 좀 빼줬으면. 순정도 신파도 아닌 그 이상한 연애란……. 『치키타 구구』는 순전히 『칼바니아 이야기』 작가의 만화라길래 산 만화다. 전작보다야 좀 불안해도 그럭저럭 재밌다. 어설픈 휴머니즘과 어설픈 냉소주의, 둘 중 어느 쪽에도 빠지지 않는게 마음에 든다.
01월 24일(일)
- 아침 느지막하게 일어나서는 아버지와 목욕탕에 갔다. 다녀온 뒤에는 점심을 먹고, 막걸리를 한잔씩 나누었다. 1주일 간의 절주 선언을 했으나, 이 술마저 거절하지는 못했다. 그 뒤에 의정부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에는 다음날의 일정을 잡았다. 더지 형, 둘리와 함께 소래포구에 한번 더 가기로 했다. 여자애가 끼자니 도리없이 당일치기다.
01월 23일(토)
- 동아리 98학번 모 선배의 결혼식이 학교에서 열렸다. 상대는 우리 학교 동문인 간호장교. 부부 중 한 명이 동문이면 유림회관에서, 양측 모두 동문이면 600주년 기념관에서 결혼식을 할 수 있다던 풍문이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학교에 들르기는 했으나 결혼식에는 가질 않았다. 간만에 보면 반가울 사람이 많았지만 간만에 봐도 어색할 사람도 여럿이었다. 동방에서 뒹굴던 중, 결혼식 끝나고 사람들이 동방에 몰려오길래 결국 뒷풀이에는 따라가야 했다. 주로 더지형, 전갱형, 간만에 본 09학번 애들하고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에게 가야 했으므로 8시쯤 빠져나왔다.
01월 22일(금)
- 『갈라파고스』, 『고양이 요람』, 『날고양이들』, 『롤리타』, 『백만 광년의 고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미줄』, 『타임 퀘이크』, 『한국 근현대사와 기독교』 구입. 『롤리타』와 『한국…』은 준비 중인 리뷰들 때문에, 『날고양이들』과 『세상에서…』는 르 귄에 대한 관심에서, 보네거트 소설은 반값 이벤트를 하기에 그냥. 『제5도살장』을 괜찮게 읽긴 했었다. 『백만…』은... 그냥 샀다.
- 르 귄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미줄』을 읽었다. 르 귄 표 예술가 소설. 인위를 모방한 거미줄을 만들던 거미가 자연에 '쫓겨난' 후 진정한 예술을 발견한다는 이야기다. 동화로 나온 통에 분량이 짧은게 흠이지만 르 귄의 예술가 소설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든다. 혹시나 해서 찾아봤더니 1979년도 작품이다. 역시 비교적 젊던 시절 나온 작품이구나.
- 저녁에는 [책 읽는 밤]을 방청하러 KBS에 갔다. 원래는 이솔넷이라는 커뮤니티에 방청객 제의가 들어온 걸, 동석 형이 내게도 같이 가보지 않겠냐고 제안해왔던 참이다. 주제는 정이현의 『너는 모른다』. 영 재미없게 읽었던 책이기도 해서, 녹화 전에 방청객 코멘트를 모을 때 혹평을 해댔는데, 방송국 측에서 방청객 발언을 해달라고 해서 약간 놀랐었다. 나중에 '작가 본인(정이현)이 멀리서 보고 있는데 혹평을 해대는 독한 놈' 비슷한 소리도 들었지만, 발언 시간만 충분했다면 그보다 두 배는 더 독한 소리를 했을 거다. 패널들이 한 말 중에서는 탁석산 선생의 '소설은 영화화 판권이 팔리는 순간에 완성된다' 드립 정도가 기억이 남는다. 탁 선생님, 제 편 들어주신 건 감사합니다만 그건 정말 아니에요.
- 방청이 끝난 뒤에는 이솔넷 사람들과 뒷풀이를 갔다. 방청객 수고비로 받은 1만원은 당연히 회비로 쓰였다. 그만한 돈이야 사실 받아도 그만 안받아도 그만이지만 뒷풀이에 끼지 말고 그냥 집에 갈 걸 그랬다. 동석 형을 간만에 본 자리가 아니었다면 애당초 빠져나갔으련만. 다른 커뮤니티의 모임에 끼는 것 자체가 상당한 고역이었고, 불편한 주제가 나올 때의 거북함이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남자애들만 득실거리는 곳에서는 꼭 '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 걸까? 세대론 등 좋아하는 주제가 나올 때는 더러 끼기도 했지만, 굳이 밤을 새가며 머물 자리는 아니었다.
01월 21일(목)
- 잃어버렸던 핸드폰을 찾았다. 예상대로 학교 도서관에서 보관 중이었다. 부재중 전화가 많이 밀렸으나 답장할 만한 건은 많지 않았다. 핸드폰은 찾았으나 학교에 오자마자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도 민망한 일이었다. 결국 근처 CGV에서 《500일의 썸머》를 봤다. 한 남자가 사랑을 하고,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관계를 맺고, 차이고, 실연을 극복하기까지의 이야기. 몇 달 더 일찍 봤다면 좋았을 텐데.
01월 16~20일
01월 20일(수)
- 동아리 세미나. 재미없었다. 세미나 뒤 대부분의 멤버는 집에 가고 나와 더지형, 경혜만 남아 뒷풀이를 했다. 명보성에서 식사를 든든히 했는데도 2차 때는 꾸벅꾸벅 졸아버렸다. 내가 부릴 수 있는 최대의 주정이지만, 이 자리에서 나는 스타우트 흑맥주 두 병을 마셨을 뿐이다. 체력과 주량, 어느 한 쪽은 확실히 약해진 모양이다. 이대론 정말 안되겠다 싶어 앞으로 1주일간 절주하기로 했다.
01월 19일(화)
- 장장 5일치의 밀린 일기를 쓰고 나니 지친다. 게으름 때문에 밀쳐지기도 했지만 실상은 의욕이 떨어진 탓이라 해야 맞다. '모년 모월 근황' 류를 쓰기 시작한 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내 주변인들에게 내 일상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미투데이를 비롯한 SNS서비스를 이용하면서부터는 굳이 근황을 쓸 필요가 없어져버렸다. 피드백도 미투데이 쪽이 더 빠르고 자주 오니까 아무래도 그 쪽을 더 많이 찾게 되고. 이쯤되면 블로그에서 인간 최진석을 전달하는 기능은 완전히 지워내고, 그냥 서평 블로그로만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01월 18일(월)
- 아침 8시쯤 유로스님과 헤어진 뒤 학교에 왔다. 경헌이 예전에 나를 통해 우리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갔던 책을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마침 방학 때만 우리 학교 근처에 사는 홍근까지 불러다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1시에는 홍근이 인턴일을 하러 가야 해서 오래 만나지는 못했다.
이후 동아리방에서 미적거리고 있자니 샘터사에서 온 택배가 당도했다. 예전에 『낯선 조류』 서평을 써준 대가로 책을 증정받기로 했었으니 대충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묵직한 상자가 온걸 보곤 기겁하고 말았다. 그 전에 온 메일에서 무슨 책 목록이 나열되어있길래 그 중에 하나 고르라는 건가 하고는 그냥 넘어가버렸던 적이 있는데, 그걸 다준다는 뜻이었던 모양이다. 어차피 이런 책 증정은 자사에서 나온 책들에 대해 좋은 평을 해달라는 간접적인 청탁이기 마련이어서 과히 기분이 좋지는 않다. 논리 없는 칭찬 댓글과 조회수, 공짜 책 따위에 길들여지면 비평가가 거지로 전락하는 건 순식간이다.
핸드폰이 사라졌다.
저녁에는 나쓰메 소세키의 단편 「열흘 밤의 꿈」을 각색한 동명의 일본 영화가 무료로 상영된다길래 보러 갔다. 원작을 볼 때도 거의 이해하질 못해서 조금 도움이 될까 싶어 일부러 찾아본 것인데, 도리어 정신만 사나워지고 말았다. 10개의 에피소드 중에서 재밌게 봤던 건 6, 10번 뿐이다. 특히 7,8번은 보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열흘 밤의 꿈 감독 이치가와 곤, 시미즈 타카시, 야마시타 노부히로, 니시카와 미와 (2007 / 일본) 출연 마츠야마 켄이치, 토다 에리카, 코이즈미 쿄코, 마츠오 스즈키 상세보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정이현의 『너는 모른다』를 마저 읽었다. 5년 전에 국문과의 학회에서 활동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그 때도 "왜 요즘 나오는 소설의 가족들은 다 콩가루 집안 뿐이야?' 하면서 의아해했었는데 5년이 지나도록 하나도 달라진게 없다. 이쯤 되면 '콩가루 집안 소설'이라는 하위 장르도 하나 만들어야 하는거 아닌지. 거기다 72년생 작가가 2008년에 내놓은 소설에 실린 컴퓨터/인터넷 관련 묘사가 왜 이 모양인가. 손발이 오그라질 지경이다.
01월 17일(일)
- 필진 합평회가 열렸다. 이번 합평회에는 나도 서평을 하나 들고 갔었다. 내심 긴장했었지만, 의외로 그렇게까지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내 첫 합평회라 다른 분들이 배려해주셨을 수도 있고, 첫 리뷰 합평회라 다른 분들이 익숙치 않아하셨을 수도 있다. 물론 어조가 날카롭지 않았다뿐 도움되는 평은 정말 많았다. 특히 인터넷에서 리뷰가 소비되는 방식에 대한 콜린님과 유로스님의 지적은 거의 충격적이었다. 서평 퇴고도 퇴고지만, 인터넷에서의 비평 행위에 대해 곱씹어볼 좋은 기회였다.
01월 16일(토)
- 두 명이서 J&B를 1L 가까이 퍼마신 결과는 참혹했다. 새벽 2,3시에 잠든 두 사람이 이날 오후 2,3시에야 간신히 정신을 추슬렀고, 순두부찌개로 해장을 한 뒤에야 간신히 몸을 가누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더지 형으로부터 돌 누님을 보지 않겠느냐는 연락이 왔었으므로 학교에 갔다. 중간에 교보문고에 들러 책을 사가느라 약속시간에는 다소 늦었다. 『기독교 신앙』, 『다른 늑대도 있다』, 『덧없는 행복』(이건 잘못 구입), 『저 반짝이는 별들로부터』, 『환상문학 서설』을 구입했다. 돌 누님을 뵈었더니 퍽 반가워해주셨다. 최소한 2년 반만의 만남이다. 많이 변했다는 말에는 조금 웃었지만 키가 커진 듯 하다는 말에는 많이 웃었다. 누님 그건 아니잖수. 돌 누님이 무척 술을 마시고파했지만, 내 경우는 어제의 숙취가 워낙 독하고 다음 날의 합평회도 예비해야 했으므로 많이 마시기 어려웠다. 연애, 취직, 동아리 따위의 주제를 이야기하다가 11시쯤하여 자리가 파했다.
01월 11~15일
01월 15일(금)
- 숙소에 돌아와서 핸드폰을 뒤늦게 확인해보니 고등학교 후배인 H가 내게 술사달라고 청해왔었다. 시간이 좀 빠듯하긴 했지만 나이 어린 녀석이 먼저 내게 술 사달라 말하기는 처음이라 흔쾌히 그 쪽으로 가주었다. 고기와 술을 사먹이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학 생활이 영 팍팍한 듯 싶었다. 인문학과 대학 문화에 대한 열망으로 인해 재수까지 했던 녀석이 딱 내 스물, 스물 하나 때의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맘 때의 내게 들려주는 기분으로 이런 저런 말을 해주었다. 그러나 말하면서도 착잡했다. 녀석이 다니는 대학은 내가 그렇게도 가고 싶어했던 곳이고, 최후의 최후에도 한국의 대학 문화를 보존해줄 것 같은, 그런 곳이었건만.
01월 14일(목)
- 합평회에 낼 리뷰를 쓰다가 하도 지겨워서 《거장과 마르가리타》(2005년도 TV)를 봤다. 리뷰는 늦은 오후에야 완성했다. 저녁에는 아버지를 뵈러 문산에 갔다. 숙소에 핸드폰을 놓고 나와버렸다는 건 가는 도중에야 알았다. 돌아갔다 오기엔 이미 늦었으므로 그냥 갔다.
01월 13일(수)
- 점심 때쯤 학교에 갔다. 동아리 사람들 얼굴 본지가 하도 오래되어서였는데, 막상 가서 보니 별 거 없었다. 요즘 봤던 영화, 뮤지컬, 책 따위에 대해 노닥이다가 저녁 때는 더지 형과 막걸리를 마시러 갔다. 몸이 쉽게 피곤해해서 많이 마시지는 못했다. 급기야는 형 앞에서 뻗어 자버리기까지 했다. 술자리 때 술을 못이겨 잠시 잠들었다깨는 정도야 간간히 생겼었지만 이렇게 체면 불구하고 대놓고 자버린 건 진정 오랜만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는 두 사람이 막걸리 한 병과 동동주 반 동이 정도를 마셨을 뿐이다. 요 몇 달 간 부실하게 잤더니 과연 체력이 몹시 약해진 모양이다. 대강 정신을 추스렸을 무렵 더지 형이 아는 누님과 합석하느라 자리를 옮겼다.
합석한 자리에서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 누님이 만난지 10분만에 안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 꿰어 내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랄 일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되게 답답해보이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지. 눈빛이 강렬해. 하지만 친해지는데 오래 걸리는 타입이야. 무슨 이야기를 들으면 머릿속으로 자기 혼자 다 결론을 내버리고 끝내버리는 편이지. 이런 점 때문에 오해사기도 쉽지만 사실 이런 애한테는 상담도 필요 없어. 이미 자기가 다 알고, 알아서 잘 해낼 애거든."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략 이런 식이었다. "자신감이 많은 것과 건방진 건 다르다"는 말도. 그것도 서로 인시밖에 나누지 않은 상황에서 더지형이 내 인상에 대해 물었을 때 나온 말이다.
본인 말로는 나에 비해 거의 10년은 더 쌓은 연륜(?)에다 사람의 눈빛에 유독 예민한 성격 탓이라고 하던데, 그 뒤에 이어진 대화들도 거개가 그런 충격의 연속이었다. 나나 더지 형에게서 몇 마디 듣지 않고도 사태의 핵심을 꿰는 말들을 툭툭 던져주는데는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치 독설은 이렇게 하는 거라는 듯이 쏟아내는 언어의 칼날들에는.
흥미로운 점은 이 누님이 딱히 책을 많이 읽는 분 같지는 않더라는 거다. 사실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사람들은 거개가 그러하다. 몇 안되는 책을 거듭해서 읽거나 통속적인 베스트셀러를 주로 읽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면서도 만날 때마다 삶에 대한 통찰을 보여줌으로서 나를 놀래킨다. 이들과의 대화는 늘 즐겁다. 그들이 어떻게 그런 통찰력을 얻었는지, 또 내가 어떻게해야 그들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지는 물론 여전한 수수께끼다. 그리고 그간의 내 독서를 반성하게 한다.
01월 12일(화)
- 함께 공연을 보기로 한 분과 저녁을 먹은 뒤 《판타스틱스》를 봤다. 로맨틱 뮤지컬이라는 점 외에 아무런 사전 정보와 아무런 기대 없이 봤던 작품 치고는 상당히 괜찮았다. 상당히 잘 만들어진 반(反)로맨스극이자 성장물이다. 르네 지라르가 좋아할 법한 작품이다. 엔딩이 비극이었다면 더없이 적절했으련만 그랬다간 관객이 끊길 테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테다. 하지만 그 외에 소규모 극단의 열악함에서 비롯되는 여러가지 한계들을 외려 작품의 고유한 특징으로 살려내는 모습을 보고 상당히 감탄했다. 한정된 상황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줬다고 할까. 한번 곱씹어볼만한 작품이다.
01월 11일(월)
- 3개월 동안 통신비를 한번도 안냈더니 과연 인터넷이 끊겨버렸다. 인터넷 뱅킹도 당연히 안되는지라 밖에 나가 처리하고 왔더니 바로 복구되었다.
01월 06~10일
01월 10일(일)
- 한참 고생한 결과 북시 위키에 YouTube 동영상을 링크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가장 먼저 떠오른 항목은 역시 『거장과 마르가리타』였다.
01월 09일(토)
- 신촌 메가박스에서 조조로 《전우치》를 봤다. 체력 소모가 극에 달한 ㅈ님을 먼저 보낸 뒤에는 ㅇ님과 점심을 먹고, 집에 들어와 내내 쉬었다. 더지 형으로부터 용산 참사 희생자 노제에 가지 않겠냐는 연락이 오기도 했으나 체력 소모가 심하고, 결정적으로 이틀 밤을 눈밭에서 보낸 탓인지 왼쪽 발이 동상에 걸려서 차마 거기까지 가진 못했다.
01월 08일(금)
- 오전에 소래포구를 떠나서는 서울로 돌아와 잠시 동방에 들렀다가 신촌으로 향했다. 이제 막 시작하는 그리스어 스터디 때문에 연대에 가야 했다. 첫날이라 간단했던 수업이 끝난 뒤에는 같이 왔던 벗과 식사를 하고, 그의 집에 가서 맥주를 마시며 놀았다.
《닥터 후》 1시즌을 3화까지 보면서 찰스 디킨스의 캐릭터에 낄낄대다가 미투데이를 확인해보니 ㅈ님이 '술이 고프다'는 말을 올리셨다. 마침 ㅇ님 또한 신촌 부근에 계실 때라는게 생각나서 벗과는 헤어진 뒤 셋이서 모여 카이에서 한잔 더 했다.(아쉽게도 아까의 벗은 끼지 못할 자리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조조로 《전우치》를 보기로 작당, 아침까지 버거킹에서 떠들어대었다.
- 더지 형이 대뜸 회를 먹으러 가자길래 시흥시의 소래포구로 향했다. 둘다 초행길이었고, 당연히 길을 엄청나게 해맸다. 학교에서 160번→510번 버스만 타면 대략 3시간에 갈 거리를 이리저리 환승하다 보니 6시간 반이나 걸렸을 정도다. 그래도 당초 계획보다는 일찍 도착한 편이라 그런대로 만족한 편이었다. 어시장에서 회를 떠다 먹는데, 별 생각 없이 고기를 샀다가 정작 나온 양을 보고는 나와 더지 형 모두 기겁해버렸다. 서울 근교에서 이 정도의 가격대 성능비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배가 불러서 매운탕은 시키지도 못했을 정도였지만 이날 식당에서는 술값을 포함하여 3만원도 쓰지 않았다. 감탄하며 이번달 안으로 한번 더 오기로 했다. 여기까지는 참 좋았지만……
횟집에서 나온 뒤 묵을 곳을 찾기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고난 그 자체였다. 둘다 길치인데다 둘다 초행길이었던 탓이다. 물론 중간 중간 길을 물으며 가긴 했지만 그 때마다 말이 다 다른 통에 결국에는 3시간을 넘게 길거리를 쏘다녀야 했다. 마지막에는 둘다 횡설수설에 육두문자를 남발하고 정신없이 웃어재끼는게, 가히 광인의 꼴이었다. 경찰의 도움으로 간신히 모텔 밀집지를 찾아내 숙소를 잡았을 때의 행복을 무엇에 비하랴. 더군다나 이 방 또한 고작 3만원 밖에 안한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방이었으매.
방에 들어와서는 맥주를 두 병(페트) 사다가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체력 소모가 워낙 심해 많이 마시지는 못하다가 새벽 2시쯤 이르게 잠들었다.
01월 06일(수)
- 어제 부고를 접한 이를 추모하는 자리에 다녀왔다. 당뇨로 죽은 고인이 좋아했던 음식을 먹으며 고인을 기리자고 했다. 유머러스했던 고인의 생전 모습이나 그가 활동했던 커뮤니티의 성격과도 잘 어울리는 추모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음식을 먹기에 앞서 묵념을 했고, 대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마쳤다. 장소를 옮겨 찻집에서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돌아오는 길에 『타로카드 22제』에 실린 단편을 읽었다. 하필 주인공이 뱀파이어, 불사의 존재였다.
01월 01~05일
01월 05일(화)
- 오늘도 눈이 많이 와서 거의 내내 숙소에 쳐박혀 있었다. 마트에 갔더니 조니 워커 블랙 700ml를 사면 전용잔을 두 개 준다길래 냉큼 집어왔다. 적당히 마셨을 무렵 커그의 둔저라는 유저가 고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더 마시지 못했다.
01월 04일(월)
- 의정부에도 폭설이 내렸다. 여행이 끝난 뒤 신발장에 넣으려던 등산화를 다시 꺼내야 했다. 막상 나가보니 별로 춥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면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가 갑자기 밀려오는 추위에 몹시 떨어야 했다...
01월 03일(일)
- 점심을 먹고 집에서 먹고, 다섯시에 새마을호를 타고 서울에 돌아왔다. 확실히 새마을호가 무궁화호보다 한가하다. 열차 카페 칸에 앉아서 『낯선 조류』의 리뷰와 기타 잡글을 몇 편 썼다. 어느 하나 완성하지는 못했다.
- 오후에 가족들끼리 잠깐 산책을 다녀왔다.
01월 01일(금)
- 다행히 동생은 어제 바로 퇴원했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7,8년 전까지는 내가 큰병치레를 자주하다가 요즘은 잠잠해졌나 싶더니 이젠 동생 몸이 말썽이다. 네 명 밖에 되지 않는 식구가 모두 성한 날이 없다. 오후 내내 뒹굴거리다가 저녁에 외삼촌네 식구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집에 돌아온 뒤에는 놀다가 새벽 1시 쯤 D 형과 S를 만나러 갔다. 씁쓸한 자리였다.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경험들은 거의 씨가 말라버린 모양이었다. 내가 서울로 떠난지 고작 한 학기만에 술자리가 이렇게 황폐화될 수 있을까. 정말 이렇게 될 바에는 차라리 서로 만나지 않는게 낫겠다 싶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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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프락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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